법원 “공유지 40년 무단사용 유치원, 변상금 정당”

2024-04-09 13:00:01 게재

유치원 부근 토지 무단점유

서울시, 18억원 변상금 부과

아파트 단지 내 공유지를 40년 넘게 점유·사용해 온 유치원 운영자가 18억원의 변상금을 내게 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 7부(정상규 부장판사)는 A씨 부부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상대로 낸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79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유치원 부지와 건물을 분양받아 40여년간 유치원을 운영했다. A씨는 유치원을 운영하는 동안 부지와 인접한 서울시 소유의 공유지 424㎡(약 128평)에 수영장, 모래놀이 시설 등을 설치해 유치원 부지처럼 사용했다. 이들은 점유취득 시효인 20년 이상 이 땅을 평온하게 점유해 왔다며 2018년 서울시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SH공사는 2021년 11월 A씨의 패소 판결이 확정되자 2016년 9월부터 5년간 공유지를 무단 점유했다며 변상금 18억원을 부과했다. 지방재정법상 변상금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5년이다.

A씨는 “시가 40년 이상 점유·사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유치원의 소유권을 묵시적으로 승낙한 것이므로 변상금 부과는 신뢰 보호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SH공사의 변상금 청구가 적법하다고 보고 A씨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부지 소유자가 분양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유치원 부지 및 건물을 인도하면서 펜스 내 부지를 유치원 부지로 안내했다거나 서울시가 무단점유를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여러 놀이시설의 위치나 이용 방법, 경계 현황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이 토지 전체를 유치원 부지로 사용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측이 약 40년간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원고들의 정당한 신뢰를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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