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등 정부 핵심경제정책 좌초 불가피

2024-04-11 13:00:02 게재

여당 참패에 법제화 난망 … 상속세·밸류업 감세도 원점 재검토

민생토론회발 정책과제도 험로 … 야 설득이 정책추진 전제조건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와 합하면 범야권의 압승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총선 3연패를 당했다. 4년 전과 비슷한 규모의 ‘참패’다.

이에 따라 윤석열정부는 남은 3년의 임기 내내 ‘압도적 과반’의 야당과 힘을 겨뤄야 한다.

윤석열표 경제정책은 전면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대부분은 ‘총선 이후 입법’을 전제로 발표됐다. 정부합동 경제정책방향 또는 2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조치들도 좌초 또는 전면수정 수순을 밟을 공산이 커졌다.

앞으로 야당까지 설득할 수 있는 ‘교집합’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도 현실화하지 못하는 ‘식물 정부’로 이어질 수 있다.

◆감세정책 전면수정 불가피 = 우선 전방위적인 감세 조치들이 검증대에 오르게 된다.

시행령만으로 실현 가능한 일부 정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세정책은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증시 개장식에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민생토론회에서 공식화했다. 하지만 입법 없이는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전폭적인 상속·증여세 완화 기조도 야당의 손에 운명이 달렸다.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제기한 ‘일부 품목 부가가치세 완화와 간이과세 기준 상향’도 결국 야당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증시 밸류업 조치들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자사주 소각 또는 주주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제 혜택들이 지분 구조상 대주주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야권의 부자감세 반대론을 넘어서기 힘들어 보인다.

기업에 지원되는 각종 비과세 조치 역시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반도체 등 주력산업과 차세대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액공제 조치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의 ‘대기업 감세’와 ‘세수 부족’이라는 반대 논리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입법을 장담하기 어렵다.

◆민생토론회 과제도 험로 = 민생토론회에서 제기한 정책과제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주재한 민생토론회는 24차례로, 총 240개의 정책과제에 대한 후속 조치가 진행될 예정이다.

굵직한 과제만 하더라도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 혜택 확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한 세제지원 확대 △늘봄학교 전국 확대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32개 부담금 폐지·감면 등이다.

문제는 세수와 재정여력 축소다. 1~3월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정책들이 최소 수십조원 규모의 재정 지출이 뒤따라야 한다.

세수와 재정을 맡고 있는 기재부는 지금까지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신규 정책과제 재원 조달방안과 필요 재원규모에 대해선 말을 아껴왔다. 정책 시행에 따른 세수 감소 등 재정건전성 우려 지적에 대해선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해왔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이 최근 확정되고 각 부처들로부터 예산 요구안을 받는 등 2025년도 예산 편성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선거 이후’에 대한 고민이 현실로 다가왔다.

당장 다음달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시작으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세제개편안 발표 △2025년도 예산안 확정 과정에서 민생토론회에서 제시된 정책 과제들의 현실화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