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에 풀뿌리 정치인 ‘흔들’
단체장 출신 국회 진출 급감
21대 총선 39명, 이번엔 25명
22대 총선은 자치분권 측면에선 퇴보한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내일신문이 22대 총선 당선자를 분석한 결과 기초·광역 단체장 출신은 총 25명으로 나타났다. 야당인 민주당에서 16명,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8명, 진보당에서 1명이 단체장 출신으로 분류됐다.
서울에선 김우영(은평을·전 은평구청장) 후보와 채현일(영등포갑·전 영등포구청장) 후보가 국회에 처음으로 입성하게 됐다. 두 후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재선에 성공한 이해식(강동을), 조은희(서초갑), 김영배(성북갑) 후보도 각각 강동구청장 서초구청장 성북구청장 출신이다. 재선인 김성환(노원을) 의원도 노원구청장을 지냈다.
경기도에선 3선 수원시장 출신 염태영(수원무) 후보가 국회 진출에 성공했다. 양평군수를 지낸 국민의힘 김선교(여주양평) 후보도 여의도에 입성했다. 대전에선 민주당이 7개 전체 의석을 차지한 가운데 구청장 출신이 3명이나 당선돼 눈길을 끈다. 박정현(대덕) 장종태(서구갑) 박용갑(중구) 후보 모두 해당 지역에서 구청장을 지냈다.
충남에서도 구청장 출신 2명이 배지를 달았다. 황명선(논산계룡금산) 복기왕(아산갑) 후보는 각각 논산시장과 아산시장을 지냈다. 충북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후보 중 엄태영(제천단양) 후보와 이종배(충주) 후보는 각각 제천시장과 충주시장 출신으로 재선 국회의원 자리에 올랐다.
이 밖에도 대구(권영진·달서병)와 광주(민형배·광산을)에서 각 1명, 경남(김태호·허성무)에서 2명, 전남(주철현·서삼석·신정훈)과 울산(김기현·윤종오·박성민)에서 3명이 단체장 출신 국회의원으로 분류된다.
◆정권심판론에 퇴색한 자치분권 = 22대 총선이 자치분권이 퇴보한 선거한 평가를 받는 것은 당선자 수가 줄어든 것 때문만은 아니다. 야당이 단독 과반을 차지하는 등 정권심판 민심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해당 이슈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총선이 정권심판 프레임으로 치러지면서 정책·공약이 주목받지 못했고 이 가운데 지방자치 의제는 자취를 감췄다. 자연스럽게 지방자치를 통해 성장한 풀뿌리 정치인들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졌고 이들이 본선은 물론 당내 경선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는 결과로 이어졌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려는 정치권 의지가 실종된 것도 자치분권 세력의 국회 입성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차승연 전 서울 서대문구의원은 “정치권은 이번에도 현역의원 불출마 등으로 자리가 빈 지역구에 인재영입이라는 명분으로 낙하산 공천을 실시했고 오랜 기간 지역을 다져온 풀뿌리 정치인들은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며 “문제는 이들의 당선 확률도 높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차 전 의원은 “급조된 후보들의 공통점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은 이들이라는 점”이라며 “단체장과 함께 지방의원 출신 풀뿌리 정치인들에게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풀뿌리 정치인에 눈을 돌리지 않은 것은 여야 모두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광역지자체 부단체장 출신에 신인 가점을 주던 것을 없앴고 민주당도 광역단체 부단체장 출신에게 부여하던 가산점을 20%에서 10%로 줄였다.
풀뿌리 정치인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노수 경희대 공공대학원 객원교수는 “여기저기로 산재돼 있는 지방자치 관련 법을 한데 모아 지방자치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에 들어가면 주변에서 ‘아직도 구청장인 줄 아냐’는 소리를 듣고 위축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런 모습은 본인들을 선택해준 유권자들 표심을 외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전광섭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저출생 등 인구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협력이 긴요한 시기에 단체장 출신 국회의원 수가 감소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정치권은 자치분권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단체장 출신 정치인들의 국회 진출 기회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방국진·최세호·곽재우·이명환·
곽태영·김신일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