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신분증으로 투표하고, 투표용지 찢고

2024-04-11 13:00:04 게재

기표소 내부 촬영도 적발

개표 진행 방해 등은 없었지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 투표소와 개표소에서는 잡음이 이어졌다. 특히 고령자 유권자들과 관련된 우발적인 사건도 잇달아 발생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 서구에서는 중복투표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80대 여성 A씨가 투표하려 했지만 사전투표 참여자로 분류돼 있었다. A씨는 임시발급된 신분증으로 참여하려 했는데, 중복투표를 부인했다. 조사 결과 지인인 90대 여성 B씨가 A씨 신분증을 자신의 것으로 오인해 사전투표까지 마친 것이다. B씨는 경로당에서 주운 A씨의 신분증이 자신의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의 고의성이 낮다고 보고 형사입건은 하지 않기로 했다. 사전투표 당시 선관위가 투표자 신원을 제대로 확인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광주 동구에서는 고령의 모친을 모시고 투표소를 찾은 중년 남성 C씨가 투표용지를 찢는 일이 발생했다. 모친이 투표 절차에 대해 문의하자 아들은 함께 기표소로 들어갔다가 이를 본 선거관리원이 제지하면서 일이 커졌다. 선거관리원이 투표용지를 무효처리해야한다고 알리자 남성은 투표용지를 찢어 버렸다. 선관위는 C씨 고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의 투표소에서는 80대 남성 D씨가 투표용지를 찢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투표용지 교환을 요구했지만 선관위가 응하지 않자 투표용지를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군산시 한 투표소에서는 50대가 딸의 투표지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딸의 투표 결과를 확인한 뒤 “잘못 찍었다”며 투표용지를 찢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관위는 해당 투표용지를 무효표로 처리하기로 했다.

인천시 부평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70대 남성이 “투표함 바꿔치기가 의심된다”며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 남성은 투표함 봉인 부분의 덮개가 흔들린다는 이유로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선관위 관계자와 이 남성의 신고를 잇달아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소나 개표소에서 소란을 피운 경우, 투표용지나 투표보조용구 등을 은닉 손괴 훼손 탈취하는 등 선거범죄를 저지르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의 처벌을 받는다.

과거보다 현저히 줄었지만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

부산 서구에서는 유권자가 기표소에서 촬영한 투표용지를 공개하지 않은 터라, 촬영 사진을 삭제한 뒤 기표한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고 퇴장하도록 안내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기표소에서는 40대 유권자 한명이 실시간 인터넷방송을 한 혐의로 경찰이 임의 동행했다.

선관위는 질서 유지 및 비밀선거 보장 등을 위해 투표소 내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하는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한편 인천 미추홀구 송림체육관 개표소에서는 일부 개표함을 놓고 참관인들이 대립하기도 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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