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도권서 또 압승…국민의힘 한강벨트 지켜내
민주당, 122석 중 102석 확보 … 국민의힘, 동작을 마포갑 도봉갑 얻어내
‘부적격 후보 논란’ 양문석 김준혁 살아남았지만 공영운, 이준석에 패배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했다. 4년 전과 비슷한 구도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한강벨트, 분당 등 보수 텃밭을 사수하면서 반격의 싹을 지켜냈다.
개표가 99.88% 진행된 11일 오전 10시 현재 기준 수도권 122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이 102곳에서, 국민의힘은 19곳에서 각각 당선을 확정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수도권(121개)에서 103곳에 승리했고 국민의힘은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을)을 포함해 17석을 얻었다. 의석수로만 보면 4년전 민주당 압승이 재현된 것으로 보인다.
48개 의석이 배정된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37곳에서 승리했고, 국민의힘은 전통적 텃밭인 강남 3구에서 11석을 얻어냈다. 21대 총선에 비해 민주당은 서울에서 4석이 줄었고 국민의힘은 3석이 늘었다. 늘어난 3석을 보면 동작을, 마포갑, 도봉갑 등으로 한강벨트를 굳게 잠그는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의석수가 60곳으로 가장 많은 경기에서 민주당은 4년 전보다 의석수를 늘리면서 서울에서 밀린 부분을 만회했다. 지난 총선에서 경기도 의석은 민주당 51석, 국민의힘 7석, 정의당 1석이었다. 민주당은 2석이 늘어난 53석을, 국민의힘은 1석이 줄어든 6석을 확보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막판에 득표율을 높이면서 의석을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은 수원 5개 지역구를 모두 확보했고 반도체 벨트도 대부분 수성했다.
부동산 불법대출 의혹의 양문석 후보(수원정)와 쏟아진 막발에 따라 ‘최대 악재’로 거론됐던 김준혁 후보(안산갑)의 악영향은 막강한 정권심판론 바람에 크게 확산되지 못했다. 민주당 지지층들이 맞대결 상대였던 대파논란의 이수정 후보와 대표적 친윤석열계 인사인 장성민 후보에게 의석을 주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녀 갭투자와 재개발 주택 증여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영운 후보가 이 대표에게 패한 것과 크게 구별되는 대목이다.
분당에서는 김은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선전하면서 보수의 터전을 지켜냈다.
인천의 경우도 ‘어게인 2020’을 보여줬다. 13개 지역구 중 민주당이 11곳에 깃발을 꽂았던 지난 총선과 비교해 이번 총선에서 분구된 지역(서구병)을 민주당이 추가로 가져간 것 이외에 큰 변화가 없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천수 전 축구국가대표까지 동원한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의 추격을 강하게 받았지만 결과는 이 대표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은 현역 지역구인 중구·강화·옹진(배준영), 동구미추홀을(윤상현) 수성에 성공했을 뿐 의석수를 늘리진 못했다.
한편 수도권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박빙승부가 많았다. 경기 용인병에서는 민주당 부승찬 후보가 50.26%를 얻어 49.73%를 확보한 국민의힘 고석 후보를 0.53%p 차(851표 차)로 눌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친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이용 의원 간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경기 하남갑에서는 접전 끝에 추 전 장관이 50.58%를 얻어 이 의원(49.41%)을 1.17%p차로 따돌렸다.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와 민주당 김준혁 후보의 맞대결도 1.73%p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 포천가평에서는 국민의힘 김용태 후보(50.47%)가 민주당 박윤국 후보(48.36%)를 2.11%p 차로 이겼다.
인천 동구미추홀에서는 국민의힘 윤상현 후보에게 진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후보 측이 일부 투표함의 재검표를 요구하면서 개표가 멈추기도 했다. 개표율 99.9% 상황에서 남 후보와 윤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9.55%(5만7705표)와 50.44%(5만8730표)로 득표수로는 1025표 차이였다.
윤 후보는 4년 전 총선에서도 남 후보와 맞붙어 171표 차이로 전국 최소 득표 차를 기록하며 간신히 이긴 바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