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워크아웃 갈림길…채권단 ‘기업개선계획’ 이달 중 의결

2024-04-16 13:00:01 게재

부동산PF 사업장 처리방안 마무리

실사과정에서 추가 부실 안 드러나

출자전환 규모에 따라 반발 가능성도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 다시 갈림길에 섰다. 지난 1월 워크아웃이 개시됐지만 2차 관문인 ‘기업개선계획’에 대한 채권단 동의가 남았기 때문이다.

당초 이달 11일로 예정됐던 일정이 한달 가량 늦춰지면서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태영건설에 대한 실사를 마무리하고 16일 주요 채권단 설명회를 소집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18개 주요 채권단에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또 이번 주에 600여개 채권단 전체를 소집해 설명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산은은 회계법인 2곳(삼일·안진)의 실사를 통해 태영건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59곳의 처리방향을 결정했다. 공사를 정상 진행하는 곳과 시공사를 교체할 사업장, 경공매 대상 사업장을 선별했다. 대주단이 제출한 사업장별 처리방안에 대해 회계법인들이 타당성을 검증했고, 계획이 불명확하거나 미정인 사업장은 회계법인들이 합리적 추정을 통해 처리방향을 결정했다.

산은은 부동산PF 사업장 처리방안을 토대로 태영건설의 자본확충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했다.

산은 관계자는 “일부 사업장은 기업개선계획에서 판단한 처리방향과 다르게 대주단이 결정할 수 있겠지만, 태영건설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PF 사업장 실사 과정에서 우려했던 추가 부실이 확인되지 않은 것과 최근 완공 사업장의 입주율이 높아지면서 현금 유동성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에 긍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부동산PF 사업장 처리방향에 대해 가닥이 잡히면서 태영건설의 자본확충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태영건설의 자본총계는 –6356억원이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주주 무상감자와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2010년 금호타이어의 경우 대주주 무상감자는 100대 1로 정해졌고, 2013년 쌍용건설 당시 무상감자 비율은 50대 1이었다.

채권단은 기존 채권 7000억원을 출자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가 대여해준 4000억원 역시 일부 출자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TY홀딩스의 출자전환에 따라 대주주 무상감자가 이뤄져도 태영건설 최대주주가 채권단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상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단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채권단이 최대주주 지위를 갖게 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채권단 출자전환 규모에 따라 일부 채권단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산은 관계자는 “실사 결과와 회사의 부실 상황에 맞게끔 무상감자와 출자전환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너무 과도해도, 과소해도 안된다”며 “실사결과에 맞게 자본확충 계획을 세우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반발은 신규 자금 투입과 관련해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주요 채권단이 이미 지난 2월 태영건설에 4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다. 마이너스 통장 형식으로 마련된 4000억원은 아직 사용되지 않아서 유동성 공급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주요 채권단은 대주주의 지주사 지분과 SBS 지분 등을 담보로 잡고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윤석민 TY홀딩스 회장의 TY홀딩스 지분(25.4%)과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38.1%) 뿐만 아니라 윤세영 창업 회장 지분과 태영건설 소유 부동산과 블루원 주식 등도 포함됐다.

태영건설이 지난해 12월 워크아웃 신청시 제출한 자구계획에서는 TY홀딩스(27.8%), 윤석민(10.0%), 윤세영(1.0%) 회장이 보유한 태영건설 주식에 대한 경영권 포기, 의결권 위임, 감자 및 주식처분 동의가 담겼다. 또 태영건설 보유 자산의 담보 제공 또는 매각 확약, TY홀딩스의 태영건설 지원(△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등이다.

이와함께 추가로 TY홀딩스가 SBS미디어넷(95.3%)과 DMC미디어(54.1%)의 지분을 담보로 하는 리파이낸싱 또는 후순위 대출을 통해 기존 담보대출(76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이 같은 자구계획에도 불구하고 태영건설의 유동성 부족 발생할 경우 계열주(윤세영, 윤석민) 보유 TY홀딩스 지분, TY홀딩스 보유 SBS지분을 신규자금 지원을 위해 태영건설 채권단에게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태영건설 대주주들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상당한 수준의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채권단들도 태영건설의 자구계획 이행 등을 고려해서 이달 중 기업개선계획 동의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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