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전투기 엔진 독자개발 추진”

2024-04-16 13:00:01 게재

45년만에 1만번째 항공엔진 출하 … 첨단기술 확보 150조원 시장 본격 도전

지난 1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1사업장 항공엔진 시험동. 시운전 레버를 위쪽으로 올리자 항공엔진 뒤편 분사구(노즐)에서 푸른색 화염이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온다. 항공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대단했다. 레버를 위쪽으로 쭉 밀어올려 엔진이 최대 출력을 내자 방음·방폭·방진 성능을 갖춘 육중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시험동 전체에 진동이 느껴졌다.

이날 테스트를 진행한 항공엔진은 공군 전술입문훈련기인 TA-50에 장착될 F404 엔진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1만번째 항공엔진이다.

1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1사업장에서 엔진시험동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1만번째 군용 엔진 F404의 성능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항공엔진 시험동 바로 옆 엔진부품동에서는 민간 대형 여객기에 들어가는 최첨단 엔진부품 제작공정을 볼 수 있었다. 이 곳에서는 내부에서 작업자를 보기 힘들다. 공정 전체가 대부분 자동화돼 있어서다. 소재와 공구를 운반하고 장착하는 작업과 제품을 깎고 구멍을 뚫는 작업 모두 무인운반차량(AGV)과 로봇이 담당했다.

조운래 엔진부품사업부 파트장은 “작업자는 공정에 맞춰 제품 소재를 정렬해 주는 일만 하면 된다”며 “이 곳은 전세계 항공엔진 부품 공장 가운데 가장 스마트한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공군 F4 전투기용 J79 엔진 창정비 생산을 시작으로 지난 45년간 항공기 등에 탑재되는 엔진 1만대를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엔진 설계 및 해석, 소재 및 제조, 시험 및 인증 등 항공엔진 전반에 걸친 기반 기술과 시스템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유도미사일 엔진, 보조 동력 엔진(APU) 등 1800대 이상의 엔진을 독자 기술로 생산했다.

아울러 공군 주력기 엔진 생산과 함께 45년간 총 5700대의 항공 유지·보수·정비(MRO)를 진행하면서 국내 유일의 엔진 설계·생산·MRO 통합 역량 보유 업체로 성장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엔진 1만대 생산 및 공장 증설을 시작으로 2030년 중후반까지 정부와 함께 KF-21 엔진과 동급 수준인 1만5000파운드급 엔진의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기존에 해외 업체의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국산화 기술협력생산에 나섰다면 향후 전투기급의 독자엔진 기술을 확보해 자주국방은 물론 2029년경 약 150조원이 넘어설 전망인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독자 전투기 엔진 기술을 가진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6개국 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수십여 개의 업체들과 함께 항공엔진 분야의 생태계를 조성해 첨단 독자 엔진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무인기, 민항기 엔진 등을 추가로 개발한다는 중장기 전략도 이날 공개했다. 인공지능(AI) 유무인복합운용 등이 요구되는 6세대 전투기 엔진의 핵심 기술인 ‘엔진 일체형 전기 시동 발전기(E2SG)’, 세라믹 복합소재 개발 등 선행 기술도 확보해 자주국방을 위한 미래 전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또한 2029년쯤 약 150조원이 넘어설 전망인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은 “첨단항공엔진 개발, 나아가 6세대 전투기엔진 개발은 도전적인 목표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45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인프라, 정부 및 협력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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