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전세보증금’ 1분기에만 1조4천억원

2024-04-17 13:00:05 게재

지난해 대비 80% 늘어

HUG 3조9000억원 적자

전세 보증사고 규모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보증사고는 1분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보증사고액은 4조3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고치였던 점을 고려하면 사고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원(사고 건수 6593건)으로 집계됐다. 1월 2927억원, 2월 6489억원, 3월 493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사고액 7973억원보다 80.0%(6381억원) 더 늘어난 규모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세보증 사고액은 지난해 규모를 뛰어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사고액은 4조3347억원(1만9350건)이었다. 세입자 2만명가량이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지 못해 HUG에게 대신 돌려달라고 청구한 것이다.

HUG가 지난해에만 세입자에게 대신 내어준 돈(대위변제액)은 3조5540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 대위변제액은 8842억원(40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865억원보다 50.8%(2977억원) 늘었다.

전세 보증사고가 이어지면서 보증보험을 취급하는 공기업인 HUG의 적자 폭이 커지면서 재정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HUG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조8598억원으로, 2022년 4087억원 순손실을 본 데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93년 HUG 설립 이후 최대 적자다.

HUG는 사고가 발생한 주택을 매각하거나 경매에 부쳐 돈을 회수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보증사고 주택을 적정가격에 매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매에 넘겨도 평균 70~80%가량만 회수할 수 있어 보증사고가 대거 발생할 경우 조단위 손실이 불가피하다.

전세보증 사고 규모도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정점이었던 2021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가 본격화한 2022년 4분기 전까지 체결된 임대차 계약의 만기가 이어지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수도권 연립·다세대 주택의 평균 전셋값은 1억6868만원으로 2년 전 3월보다 6.8% 낮다.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도 3월 기준 3억7313만원으로 2년 전보다 16.9% 낮았다.

김선철 기자 sc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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