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저녁 해결되니 부부싸움이 줄었어요”

2024-04-17 13:00:10 게재

동작구 어린이집 ‘석식도시락’ 인기

5월부터 고교생까지 지원확대 계획

“첫째가 네살, 둘째가 150일 됐습니다. 건축사 일을 하면서 육아를 도와야 하는데 저녁 한끼 준비가 참 힘들어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주민 지윤광(40)씨.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부터 첫째 저녁을 어린이집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맛과 질이 좋은데다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저녁을 준비하는 부담을 덜 수 있어 대만족이다. 그는 “시간이 절약되고 부부싸움도 줄었다”며 “졸업할 때까지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일하 구청장이 동작형 석식 도시락을 신청한 아이에게 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동작구 제공

17일 동작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어린이집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동작형 석식 도시락 지원 사업’이 주민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보호자 양육부담을 완화하고 아이들이 제때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구 관계자는 “맞벌이는 저녁에 어린이집에서 아이 챙겨가기도 빠듯한데 집에 돌아가면 바로 식사준비를 해야 한다”며 “시간적·물리적으로 부담이 될뿐더러 자칫 식단에 소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작형 석식 도시락’은 지난해 11월 3개 구립어린이집에서 첫 선을 보였다. 상도 흑석 상도4동이다. 종일반 아이를 중심으로 미리 신청을 받아 하원할 때 도시락을 들려 보낸다. 대한민국동작주식회사에서 도시락 제조와 어린이집까지 배달을 맡는다. 도시정비·시설유지관리부터 통합돌봄 일자리 등 각종 사업을 진행하는 구 출자기업이다.

영양사가 맛과 영향을 고려한 영유아 맞춤 식단을 짠다. 쌀밥이나 잡곡밥, 된장국이나 콩나물국, 배추김치나 깎두기 등을 기본으로 하고 돈육오이볶음 너비아니구이 콩나물당근무침 어묵피망볶음 등 두가지 반찬을 더한다. 방울토마토 바나나 약과 등 후식도 있다. 8000원짜리 도시락이지만 보호자 부담은 2200원뿐이다. 나머지는 구에서 지원한다.

지난해 연말까지 평일 39일동안 하루평균 63명이 도시락을 이용했다. 부모들은 줄어든 조리시간만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상도동 주민 문현주(43)씨는 “아빠가 저녁을 전담하는데 국이나 채소반찬 걱정을 덜었다고 좋아한다”며 “아이가 놀이터에서 뛰놀 시간이 좀더 늘었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특히 어린이집을 통해 보호자와 소통에 주력했다. 겨울이라 음식이 차갑다는 의견에 보온가방을 제공했고 도시락 중량을 궁금해 하는 학부모들에는 어린이급식관리센터 자문을 받아 답을 주었다. 강여경(35·흑석동)씨는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면서 맛도 품질도 좋다”며 “엄마들과 소통이 잘 되고 요청이 바로 반영돼 더 만족한다”고 평했다.

올해는 30여개 어린이집 370여명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해 시범사업에 참여한 흑석어린이집만 해도 46명이 신청했다. 이윤희 원장은 “월 단위로 신청을 받는데 4시 이후에 귀가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신청했다”며 “교사들도 ‘우리도 먹을 수 없겠냐’고 한다”고 전했다.

5월부터는 고등학생도 비슷한 도시락을 먹는다. 급식 신청 규모가 작은 학교의 경우 인근 편의점 등에서 저녁을 해결하는데 영양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희망 학교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수험생 맞춤형 식단을 배달할 예정이다. 도시락은 개당 9000원, 보호자 부담은 5000원이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충북 제천과 경기 김포 등 자매도시에서 생산한 질 좋은 쌀, 설거지가 쉬운 전용 용기 등을 도입해 석식 도시락 만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가겠다”며 “아동·청소년이 건강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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