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국산 철강에 '관세폭탄'

2024-04-18 13:00:02 게재

트럼프와 중국 때리기 경쟁 나선 모양새 … 대선 경합주서 노동자 표심 노린 듯

조 바이든 대통령이 17일 미국 피츠버그의 철강노조 본부에서 “중국 철강 회사들은 중국 정부가 묵직한 보조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그들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중국 철강 제품 등에 대한 대폭의 관세 인상 예고로 중국 때리기에 나서 미중간 무역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에 위치한 주요 경합주에서 노동자의 표심이 핵심 변수로 꼽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쟁적으로 대중국 강경정책을 내놓는 양상이다. 이미 인공지능(AI)과 반도체장비 등 첨단기술 경쟁으로 부딪히고 있는 미중 통상 갈등이 미국 대선과 맞물려 일반 무역 분야로까지 전면화할 기세다.

중국산 철강 등에 대한 관세 3배 인상 방침을 밝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국 정부와 중국 철강회사가 보조금을 매개로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선의 대표적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철강노조(USW) 본부를 찾아 노동자들 앞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국 철강 회사들은 중국 정부가 묵직한 보조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그들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 정부는 너무 오랫동안 중국 철강 회사들에 국비를 쏟아 부으며 가능한 한 많은 철강을 생산하도록 했다”면서 “중국 철강 회사는 중국의 수요보다 훨씬 더 많은 철강을 생산하기 때문에 결국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세계 시장에 여분의 철강을 덤핑으로 판매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2000년 초반에 중국산 철강이 시장에 넘치면서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의 철강 도시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1만4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중국과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중국과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불공정한 통상 관행을 지적하며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3배로 올릴 것을 고려하라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가 이행되면 현재 7.5%인 중국산 특정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평균적 관세는 25%로 오르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전략적이고 표적화한 조치”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임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른바 보편적 관세 부과를 공약한 것과 관련, “내 전임자와 극우 공화당원들은 모든 나라의 수입품에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길 원한다”라면서 “그것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심각하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렇게 할 경우 미국 가정은 연간 평균 1500달러를 더 부담해야 한다”고 차별화를 부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른바 10% 보편 관세를 공약하면서 중국을 콕 집어서는 60% 이상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노동자 표심 잡기에 나선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US스틸의 매각과 관련해서도 “완전한 미국 회사로 남아야 한다. 그렇게 될 것으로 나는 약속한다”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US스틸은 1901년 피츠버그에서 설립돼 미국이 경제·군사 면에서 세계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한 상징성 있는 제조업체다. 조강량 세계 4위 업체인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을 149억달러(약 20조원)에 매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미국 내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의 반발과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혔다.

11월 ‘리턴매치’를 앞둔 전현직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앞세운 중국 때리기 경쟁에 나서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미국 중국대사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치는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의 구체화”라면서 “이같은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위배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라고 말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경쟁은 하되 충돌은 피한다는 바이든정부의 미중관계 ‘관리’가 통상 갈등 파고로 흔들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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