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권 무수익여신 8조원 넘어

2024-04-18 13:00:24 게재

전년 대비 30% 가까이 급증, 건설업 등 침체탓

기업은행 1조8500억원 최대, 중기 경영난 반영

은행권 무수익여신이 급증해 8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와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연체를 하거나 이자를 계상하지 못한 여신으로 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의미다. 특히 가계보다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무수익여신의 비중이 커 최근 기업경기 침체를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은행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7개 국내 은행의 무수익여신 규모는 8조1952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2년 6조3720억원에 비해 28.6% 늘어난 규모다. 개별 은행으로는 IBK기업은행이 1조8516억원으로 전년(1조3173억원) 대비 40.6% 증가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은행은 대출 규모 등에서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작지만 무수익여신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는 중소기업 경영환경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20억원 이상 대출해준 거액 무수익여신 업체만 150개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의 대부분은 원리금 또는 이자를 연체하는 경우가 많지만, 부도업체도 4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업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의 일부가 부실채권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신한은행을 빼고 무수익여신 규모가 크게 늘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7682억원으로 전년(5130억원)보다 49.7% 급증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7498억원으로 전년(5221억원) 대비 43.6%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6521억원에서 8678억원으로 33.1% 늘었고 , 우리은행도 4701억원에서 5289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다만 신한은행은 2022년 6327억원에서 4.2% 감소한 606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별 은행이 공개한 ‘거액 무수익여신 증가업체 현황’에 따르면, 건설 및 부동산업체의 부도나 채무불이행이 많았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은 부동산업을 하는 한 업체의 무수익여신이 1년 만에 645억원나 증가했다. 채무상환능력 악화로 이자 미계상 여신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나은행도 기타 토목시설물 건설업을 영위하는 한 업체의 무수익여신이 604억원 발생했다.

지방은행도 크게 늘었다. DGB대구은행(2412억원)과 BNK부산은행(2300억원)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가운데 지방은행 6곳의 총 무수익여신 규모는 8640억원으로 전년(6794억원) 대비 27.2% 증가했다. 인터넷은행 3곳도 같은 기간 2555억원에서 4868억원으로 90.5%나 급증했다. 특히 인터넷은행 막내격인 토스뱅크는 2022년 454억원에서 지난해 1321억원으로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실련 “전세대출 확대 중단 촉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전세자금대출 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월세 신고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의무 시행, 전세자금보증 기준 강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과 공사비 상승 등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건설업 및 부동산업의 재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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