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외국인노동자 비닐하우스도 집”
3년간 임시숙소 승인 82건
불허나 반려, 단 1건도 없어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3년간 컨테이너·비닐하우스 등 가설건축물을 외국인 임시숙소 또는 외국인 노동자 숙소 용도 신고를 80건 이상 승인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불허하거나 반려한 것은 단 1건도 없었다. 느슨한 규정과 정부와 지자체 간 책임 떠넘기기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이 18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는 ‘임시숙소 용도 가설건축물 처리 현황’을 보면 전국의 17개 지자체는 3년간(2021~2013년) 가설건축물을 ‘외국인 임시숙소 또는 외국인 노동자 숙소’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신고를 82건 접수해 모두 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난방시설이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외국인 노동자 속헹이 사망한 채 발견되자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부터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자체로부터 가설건축물 축조신고필증을 발급받을 경우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가설건축물 축조신고필증 발급 권한은 각 지자체에 위임돼 있고 해당 제도가 ‘신고제’인 탓에 주거시설로 부적합한 컨테이너·비닐하우스에 대해서도 반려 또는 적합심사 등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자스민 의원은 “사실상 고용부 행정력에 한계가 드러난 것이고 외국인 주거시설에 대한 고용부의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며 “신고제의 맹점은 그대로 둔 채 높아진 외국인 노동자 수요 대응에만 급급한 행정 편의적 제도 운용”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지자체로부터 축조신고필증을 교부받은 경우에 대해서는 숙소 제공을 허용하면서 근로기준법상 기숙사 시설 요건을 제대로 갖춰는지 여부에 대한 현장실사를 거쳐 고용허가서를 발급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0월부터 4600곳 농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거실태 전수조사를 진행 중으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계부처와 주거환경 개선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최근 일부 양식업(가두리) 사업장에서 외국인근로자에게 정식 숙소를 제공하지 않고 바다 위 바지선에서 생활하게 한 사실이 드러나자 여수·고흥 가두리 양식장 107곳에 대한 전수 특별감독을 진행 중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