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정책기조 변화없는 노동개혁은 없다

2024-04-22 13:00:03 게재

4.10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유권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게 국정기조의 변화를 요구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강조해왔던 노동개혁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직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혁의 목표를 이룰 관점과 내용, 경로가 보이지 않았다. 같은 해 화물연대파업 강경대응으로 박수를 받았던 윤석열정부는 노동개혁을 정치적 셈법으로 접근했다. 노동계를 회계가 불투명한 ‘부패집단’ ‘건폭(건설폭력배)’, 고용세습을 일삼는 ‘노동귀족’으로 매도했다. 노동조합 때리기에 열중했다.

지난해 3월엔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를 토대로 1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윤석열표 노동개혁의 첫발을 내딛었지만 MZ세대 등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자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개혁은 방향을 잃었다.

윤석열정부는 당초 사회적 대화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고 전문가 중심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뒤인 지난해 11월부터 방향을 전환하면서 사회적 대화가 복원됐다. 하지만 ‘만시지탄’이었다. 한쪽을 배제한 정부 주도의 일방적 개혁 추진은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제22대 국회는 또다시 여소야대 지형이다. 게다가 이번 총선에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출신이 15명이나 당선됐다. 제21대 국회보다 2명 더 많다. 노동계의 요구는 높아질 것이고 노정갈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정부가 개혁과제를 입법화하기 위해서는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윤 대통령의 노동개혁이 동력을 잃었다고 본다.

과연 윤석열정부는 남은 임기 노동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 아마 윤석열정부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해 노동의제를 풀어가려고 할 것이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사회적 대화를 하려면 윤석열정부의 인적쇄신과 노동정책 기조 변화가 선제조건이라고 지적한다. 더구나 노동계에선 경사노위보다는 국회 입법 형식으로 노동의 요구와 의제들을 관철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사회는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디지털 기술 발전과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대전환 시대를 맞아 이에 걸맞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등 새로운 노동질서를 만들어 가야하는 중요한 시기에 직면했다. 때문에 노동개혁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는 열린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노동계도 정권심판의 총선 결과에 편승할 게 아니라 대전환기 노동시장의 의식·제도·관행 개선에 앞장선다는 마음으로 나서야 한다.

한남진 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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