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원-디스커버 결합에 미 소비자금융당국 면밀조사

2024-04-25 13:00:06 게재

미국 신용카드사 2곳의 결합에 대해 소비자금융당국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주목된다.

2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금융회사 캐피털원은 지난 2월 신용카드 브랜드 ‘다이너스 클럽’을 보유한 디스커버 파이낸셜을 353억달러(약 48조6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승인을 받는다면 미국 최대 신용카드사 2곳이 합쳐지게 된다.

이에 대해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로히트 초프라 국장은 “이번 인수거래가 경쟁과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캐피털원이 인수거래 승인신청서를 제출한 곳은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통화감독청(OCC)이기 때문에 CFPB가 이번 거래를 직접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초프라 국장은 “CFPB는 기업인수 문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자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거래 중 하나다. 캐피털원은 미국에서 자산 기준 10위 이내 은행으로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등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디스커버는 다이너스 클럽과 은행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주식 맞교환 거래로 캐피털원 주주들은 합병회사의 약 60%를, 디스커버 주주들은 나머지를 각각 차지하게 된다.

캐피털원은 인수거래 승인을 받기 위해 두 회사의 신용카드사업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인수거래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초프라 국장은 “캐피털원과 디스커버의 거래는 매우 중요하다”며 “매우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고는 규제당국이 이 거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을 낳고 있다. 캐피털원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거래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투자자들은 생각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디스커버의 주가는 인수발표 당시보다 약 15% 하락한 상황이다.

미국 바이든행정부는 전임 트럼프행정부와 달리 경제전반에 걸쳐 반경쟁적 행위를 엄중히 보고 있다. 초프라 국장은 “은행결합에 대한 워싱턴의 생각이 바뀌었다. 무조건 승인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CFPB는 지난달 대형 신용카드 발급사의 연체 수수료를 평균 32달러에서 8달러로 인하하는 규정을 확정했다. 신용카드사들은 이 규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발표된 CFPB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엔 약 4000곳의 신용카드사가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시장의 80% 이상을 비자와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디스커버 등 10개 발급사가 장악하고 있다. 2023년 신용카드 소지자들은 수수료와 이자로 1570억달러를 지불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3년 전보다 50% 급증했다.

초프라는 “지난 10~15년 동안의 신용카드 부문 인수합병은 사실 이자율과 수수료 인하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이번 거래처럼 대형 인수합병거래에 대해서는 경쟁 효과뿐 아니라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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