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배출량 측정없인 온실가스 감축 ‘헛구호’

2024-05-02 13:00:15 게재

해외 주요도시, 총량제 적용·감축 의무화

국내 실배출량 적용 주춤, 법개정 ‘늑장’

서울시 정부에 앞서 건물 온실가스 관리

서울시가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 도입을 위해 소매를 걷었다. 지지부진한 국내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물꼬를 틀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오세훈 시장이 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건물 컨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시는 2일 정부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건물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가 함께한 이날 컨퍼런스에서 서울시는 다음달 2일부터 건물별 온실가스 총량제를 선제 도입한다고 밝혔다.

총량제가 적용되면 건물별 온실가스 실제 배출량을 측정·관리하게 된다. 그간 해오던 형식적인 공인 기준 적용에서 한발 나아가 실질적인 온실가스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건물 컨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세계 주요 도시들은 건물 온실가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은 물론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가 건물에서 발생하고 있다. 각 도시는 신축 건물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벌여왔지만 한계에 봉착했다. 기존 건물들의 친환경 전환 없이는 도시 전체가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량의 관리 및 감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탄소저감에 나선 해외 도시들이 기존 건물의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선 배경이다. 뉴욕은 모든 건물에 에너지사용량 등급을 부착하는 것을 올해부터 의무화했다. 영국 런던 등 유럽은 건물 에너지효율 등급을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 공개한다. 주거는 물론 비주거건물까지 A부터 G등급으로 나눠 표시한다. 도쿄는 건물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경우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에너지 절감을 촉진한다.

◆서울시 소유건물 등급 우선 공개 =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달려가는 반면 국내 현실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온실가스 총량제 도입을 위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의 탄소저감 노력은 여전히 ‘늑장’ 대응이다. 산업부는 온실가스 총량제 도입을 위해 운영과 관리 권한을 넘겨 달라는 지자체의 요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국토부는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에 나와 있는 에너지사용량 관리 권한을 이양해달라는 지자체 요구에 수년간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대응이 미뤄지고 있는 사이 건물 온실가스 배출은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 추세지만 건물분야 배출은 늘었다. 2005년과 비교해 9.3%(2022년 기준)나 증가했다. 이는 건물현황과 연관이 있다. 도시가 과밀화되면 건물수는 줄어들어도 연면적은 증가한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면적이 넓어지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날 시내 건물의 현재 등급을 공개하는 ‘제 살 깎기’에 나선 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 관계자는 “전국 평균보다 16% 정도 우수하지만 세계 수준에 한참 모자람에도 결과를 공개했다”며 “서울부터 실배출량에 기반한 총량제를 도입하고 탄소저감에 앞장서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향후 건물 온실가스를 관리·평가하는 ‘기후동행건물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총량제 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건물들은 건물에너지사용량을 신고해야 한다. 용도 및 연면적에 따라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5단계로 나눈 뒤 결과를 매년 공개한다.

평가 결과는 서울시 저탄소센터 누리집에 공개되며 건물 전면에 등급표를 부착해야 한다. 건물별로 총 배출허용량을 부여하고 과태료나 거래권을 부과하는 총량제를 도입한다. 5년 단위로 목표를 정한 뒤 평가한다.

시 관계자는 “공공건물부터 의무화를 시작하지만 민간 참여없인 성공할 수 없다”며 “이를 의무화하는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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