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첨단교통 혁신대책 중심은 약자”

2024-05-10 13:00:01 게재

자율주행 기술로 심야·새벽버스 늘리고

드론형 닥터헬기로 응급환자·혈액 수송

새벽과 밤늦게 출·퇴근하는 청소근로자와 경비노동자를 위해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한다. 취약계층은 엄두를 낼 수 없는 헬기 대신 드론을 띄워 응급환자와 수술용 혈액을 운송한다. 휠체어·유모차 이용자나 고령자 등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이 편리하게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길안내를 제공한다.

오세훈 시장은 현지시각 7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연례투자회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민생중심 첨단교통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이 8일(현지시각) 아부다비(UAE)에서 열린 연례투자회의 미래도시 분야에 참석해 ‘더 나은 미래도시를 위한 서울의 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이번 대책은 첨단기술의 속도와 크기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오 시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발표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속도와 크기가 아니라 어디를 향해 갈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서민·약자 등 소외계층과의 동행이 기술발전이 지향해야 할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새벽·심야 자율주행버스를 사례로 들었다. 서울엔 새벽 청소근로자가 많은데 버스기사노조는 새벽 4시 이전 버스운행을 반대했다. 노조의 반대로 새벽 청소근로자는 매우 힘들게 출근해야 했는데 자율주행버스로 이들의 새벽 출근과 심야 퇴근을 도울 수 있었다.

자율주행버스의 활용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경사진 언덕을 올라야 하는 고령자 등을 위해 골목길과 경사로를 오르는 지역순환형 마을버스에도 도입이 가능하다.

드론을 활용한 응급환자 및 혈액운송도 첨단기술이 약자를 위해 활용되는 좋은 사례다. 오 시장은 “도심항공운항 수단인 UAM을 응급의료와 접목한 드론형 닥터헬기 이른바 ‘응급닥터 UAM’을 곧 도입할 계획”이라며 “서울에서 처음으로 UAM을 이용하는 사람은 응급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약자 맞춤형 ‘서울동행 앱’도 출시 = 오 시장은 4선 후 약자와의 동행을 서울시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고 선언했다. 첨단교통대책의 중심에 서민과 약자를 두겠다는 이번 발표 역시 그 연장선이다.

최근 연달아 내놓은 기후동행카드, 서울동행맵도 마찬가지다. 서울동행맵은 장애인,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맞춤형 길안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난 3월 서비스를 시작했고 경사 여부, 지하철 탑승구 엘리베이터 위치 등 일반 길안내와 다른 ‘교통약자 맞춤형 네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교통정책, 그 중에서도 대중교통에 집중하는 것은 가장 많은 시민이 일상 속에서 ‘동행’을 체감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라며 “첨단기술을 활용한 교통 정책, 기존 사업과 연계한 신사업 등을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첨단기술이 소외계층을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오는 10월 열리는 ‘스마트 라이프 위크’다. 첨단기술이 약자를 위해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 기술발전이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열린 약자동행기술박람회가 이를 위한 준비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박람회에서는 휄체어 전용센서를 활용한 운동과 e스포츠, 각종 재활로봇, 이 밖에 각종 약자동행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가 소개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UAM 등 첨단기술은 소수 부유층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닌 모든 시민, 그 중에서도 약자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면서 “서울시는 기술 발전뿐 아니라 인간중심적 가치가 담긴 ‘약자와의 동행’을 최우선에 둔 스마트 도시를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 =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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