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아파트 제로에너지 인증 의무화에 건설업계 우려

2024-05-10 13:00:02 게재

내년 6월부터 30가구 이상

공사비 추가 인상 불가피

정부가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사업승인 대상 민간 아파트도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받도록 하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사비 증액문제로 조합 시공사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향후 주택시장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시행하려던 것을 내년으로 연기하고 기준도 종전보다 완화한 만큼 내년 6월 말부터는 관련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에너지 절감과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을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친환경 건축물을 말한다.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하는데 2020년 1000㎡ 이상 공공건물에 대해 5등급(에너지 자립률 20~40%) 인증을 의무화한 뒤 현재 공공이 30가구 이상 짓는 공동주택에 5등급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 인증을 올해 안에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로 확대할 방침이었으나 건설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내년으로 미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행정예고한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건설기준’은 그간 건설업계와 논의를 거치며 성능 기준이 당초 ‘5등급’에서 ‘5등급 수준’으로 완화됐다.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 소요량의 달성 여부를 판단하는 성능기준의 경우 현재 설계기준(120kWh/㎡·yr)보다는 향상되지만 5등급 설계기준(90kWh/㎡·yr)보다 완화된 기준(100kWh/㎡·yr)을 적용하는 식이다.

등급 인증을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현관문 창호 단열재 등의 성능과 기밀성을 높여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과 태양광 지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국토부는 이번 제로에너지 건축물 성능 강화에 따라 가구당 약 130만원(전용면적 84㎡ 기준)의 건축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러한 기준 충족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선 우리나라 기후나 아파트라는 공간 특성상 사용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결국 태양광인데 단지 옥상에 에너지 자립률을 충족할 만한 설치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벽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방안도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빛 반사 등의 민원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벽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공사비도 2배 이상 든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또 태양광 설치 후 관리상의 어려움도 클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주택협회는 5등급 수준의 인증 기준을 맞추려면 전용 84㎡ 기준 가구당 공사비가 최소 293만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토부 예상치보다 2배 이상 높다.

김선철 기자 sc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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