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플랫폼 독과점 규제할 플랫폼법 제정 ‘재시동’

2024-05-16 13:00:15 게재

공정위, 정부출범 2주년 평가에서 “플랫폼법 제정 추진”

민주,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추진할 핵심법안으로 거론

4.10 총선을 앞두고 제동이 걸렸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이 재점화될 태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재추진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도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핵심법안’ 중 하나로 플랫폼법을 손꼽고 있다. 제1당과 정부가 총론에서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어 하반기 정기국회 이전 제정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플랫폼 업계의 반발이 크고, 정부부처 내에서 아직 일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이 변수다. 여당과 정부 내에서는 사전지정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다.

야당에서도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는 법안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어 조율과정에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8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통지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공정위, 주요업무 1호로 지목 = 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대형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플랫폼법’ 제정에 다시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정부출범 2주년을 맞아 ‘공정거래 2년 평가’ 간담회를 갖고 “소수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하고, 다양한 플랫폼들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활동이 가능한 경쟁적 시장환경 조성을 위해 입법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특히 플랫폼법은 공정위가 이날 밝힌 ‘향후 주요업무’ 가운데 첫 번째로 손꼽혔다. 공정위는 플랫폼법 제정 추진과 함께 △국민 생활 밀접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불공정행위에 엄정 대응 △미래·신산업 관련 공정거래 이슈의 선제적 대응 등을 향후 주요업무로 지목했다.

다만 이르면 6월쯤 선보일 정부 법안에는 논란이 됐던 ‘사전지정제’는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전지정제는 규제할 기업을 미리 정해놓고 끼워팔기 등 경쟁제한 행위를 제재하는 방식이다.

◆22대 국회 개원 기다리는 야당 = 플랫폼법 입법화는 22대 국회 구성이 완료되는 6월말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했던 온플법의 내용 중 ‘갑을관계 규율’과 ‘독과점남용 방지’를 따로 떼어내 투 트랙으로 제정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이 중 독과점남용 방지와 관련해선 박주민 의원안을 당 대표 법안으로 정해 공정위와 논의·처리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정무위 전체회의 파행과 총선을 앞두고 무산됐다.

박 의원은 규제 대상을 △시가총액 30조원 이상 △직전 3개연도 연평균 플랫폼 서비스 제공 매출액 3조원 이상 △직전 3개연도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월평균 1000만명 이상 또는 국내 이용사업자 수 월평균 5만개 이상 사업자로 미리 지정하는 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들 사업자가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부당행위를 하면 제재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온플법은 현재 당 내에서 좀 더 조율할 부분이 있다”며 “22대 국회에서 좀 더 다듬어진 내용으로 새롭게 발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안 역시 ‘공정위-과기정통부 등 부처 간 업무 조율’ ‘플랫폼 업계 의견수렴’ 등을 거쳐 6~7월쯤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2대 국회에서 야당안과 정부안이 나오면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이들 법안을 병합 심사해 처리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플랫폼법 제정추진 과정은 =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월부터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온라인 플랫폼 규제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플랫폼법 제정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법안의 주요내용은 두 달 넘게 공개되지 않아 업계에선 ‘깜깜이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다 지난 2월초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전지정 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 놓고 학계 전문가들과 충분히 검토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사실상 ‘전면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는 4.10 총선을 약 두 달 앞뒀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플랫폼법 관련 비공식 당정협의과정에서 여당이 우려를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플랫폼법 추진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 플랫폼법 반대기류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을 키웠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최근 성명을 내고 “플랫폼 경촉법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선량한 규제 관행을 무시하며 외국 기업을 임의로 표적으로 삼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형플랫폼 횡포의 잠재적 피해자인 소상공인들은 압도적 다수가 플랫폼법 제정을 긍정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오세희)는 소상공인 557명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법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84.3%가 플랫폼법 제정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인 응답은 4.9%에 그쳤다. 다만 현재 규율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정위와 온도차가 있었다.

규율대상에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소상공인 업종에 직접적인 피해는 주는 플랫폼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76.6%로 다수를 차지했다. ‘법은 최소한의 규제로 파급력이 큰 소수 거대플랫폼만 지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14.4%에 머물렀다. 4~6개 정도의 공룡플랫폼만 사전규제 대상으로 지정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미흡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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