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양굴기’로 조선산업생태계 경쟁력 1위 등극

2024-05-17 13:00:14 게재

산업연구원 “K-해양전략 필요”

조선-해운-금융-국방 아울러야

산업연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가 국내 조선산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에 뒤처진 조선업 가치사슬 종합경쟁력과 새로운 한국형 해양전략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이 조선산업생태계 경쟁력 1위를 차지한 근본원인을 ‘중국정부의 오랜 해양굴기 노력에 따른 결과’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은창 연구위원은 16일 “조선산업은 국제정세, 에너지, 무역안보 등 여러 가지가 연관된 종합산업”이라며 “세계 2위 경제규모 국가가 지원하는 중국 조선업과 한국의 개별기업이 경쟁하는 형국인데 우리도 개별기업에게만 맡겨선 안된다”고 말했다.

◆중국조선업 종합경쟁력 1위 원인 =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02년 중국공산당 제16차 당대회 보고에서 “경제대국 발전 전략과 해양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해양 진출 의지를 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운산업의 안정적 발전과 해상교통로의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 ‘해양강국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해양경제발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해군력 강화 △해외 군사기지 확보 △해상에서 법집행 강화가 이어졌다.

중국은 2015년에서 2020년 사이 군함수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중국이 보유한 상선도 선복량 기준 세계 1위(2억6000만GT)로 4위인 우리나라(6800만GT)의 4배 수준이다. 홍콩(3300만GT)을 더한다면 격차는 더 커진다.

3월 현재 단일 조선소 기준 수주 잔량 순위는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삼호중공업 순으로 우리나라 대형 4개사가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소 그룹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의 최대 국영 조선그룹인 중국국영조선공사(CSSC)가 2311만8000CGT(표준선환산톤)로 2위인 HD현대(1923만7000CGT)를 앞선다. 중국 조선그룹은 국영 3개, 민영 2개가 10위권 안에 포진해 있다. 한국은 3개사다.

중국은 상선에서도 세계 제일의 해운국이 됐고, 압도적인 해운 규모는 가치사슬 수요부문 경쟁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스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편중됐다. 중국은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수주량이 많지만 가스운반선 수주 비중도 10~20%에 이른다. 중국은 △충분한 물량을 수주하면서 △다양한 선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고부가가치 선박인 가스운반선이나 컨테이너선도 수주하면서 양적, 질적 경쟁력을 높였다.

CSSC는 산하에 104개 자회사와 22만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에는 다수의 조선소 연구소 설계회사 기자재업체를포함하고 있고 선박 해양플랜트 특수선(군함) 건조와 수리·개조가 가능하다. 금융사나 상사도 보유하고 있어 조선해양플랜트산업의 토탈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중국의 양지지앙그룹 뉴센튜리SB 등 세계 10위권 내 민영 조선그룹이 존재할 수 있는 것도 풍부한 저임금 근로자 외에 국영조선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경쟁력 있는 조선산업 생태계가 원인이다.

◆중국조선산업 기술특허 한국 6배 =

조선산업의 가치사슬(생태계)은 연구개발·설계(조선사 및 연구소), 조달(조선기자재사), 생산(조선사), AM·서비스(수리조선사), 수요(해운사·에너지사) 부문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가치가슬 종합경쟁력은 2020년 88.0점에서 2022년 86.4점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88.9점으로 상승했지만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빠르게 경쟁력을 강화해 1위에 올랐다.

중국은 조선산업 관련 기술도 발달하고 있다. 조선해양산업인적개발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1분기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일본은 조선업 구조조정 이후 조선해양분야 특허출원이 서서히 감소하며 조선업이 도태했고, 한국도 조선업 구조조정 이후 특허출원이 급감했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10년간 특허출원이 폭증, 2021년 기준 한국의 6배에 이른다.

국내 조선해양분야의 특허출원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조선 3사의 조선분야 특허출원은 2014년 이후 계속 하락세다.

국내 조선산업은 대형 3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중형 중소형 조선사와 기자재업체 경쟁력이 취약해 전체 조선산업 생태계 경쟁력도 떨어진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이 작성한 ‘중형조선산업 2023년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중형선박 발주량은 2022년보다 4.6% 증가했지만 국내 중형조선 4사(대한조선 케이조선 대선조선 HJ중공업)의 중형선박 수주는 35.7% 줄었다.

반면 HD현대그룹 소속 현대미포조선의 중형선박 수주는 6.9% 증가했다. 국내 중형선박 수주량은 현대미포 74.4%, 중형사 25.6% 비중이다.

이은창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생존을 위해 조선업이 다시 확고한 초격차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경제·안보를 고려해 오랫동안 논의만 되었던 조선 해운 국방 금융 등 관련 산업을 아우르는 한국형 해양전략을 수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조선산업은 당분간 중국 한국 일본 3국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데 경제안보와 국방을 고려할 때 한국이 조선산업을 중국이나 일본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해양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와 우방국의 상선과 특수선 협력을 동시에 끌어내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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