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희윤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장
"도서관·독서·출판, 사회적 캠페인 필요"
도서관은 생애단계별 서비스 제공해야 … 지자체 지식격차 관련 가이드라인 제안 계획
2022년 4월 제7기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당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해단식을 가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꼭 2년이 지난 2024년 4월에서야 제8기 국가도서관위원회가 출범했다. 국가도서관위원회의 부재로 2024년부터 2028년까지 국가 단위 도서관 계획을 담은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은 수립·통보됐을 뿐 심의·의결되지 못했다. 지적자유 침해와 예산 삭감 등 도서관 분야를 둘러싼 현안은 계속됐다.
10일 오후 서울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윤희윤 제8기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국가도서관위원회의 역할과 함께 주요 활동 계획에 대해 들었다.
윤 위원장은 대구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로 한국도서관협회 회장, 국가도서관위원회(당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는 어떤 조직인가.
국가도서관위원회는 범국가 기구로, 도서관 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들을 수립, 심의, 조정한다. 도서관의 경우 다양한 주체들이 도서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예컨대 도서관 정책을 주관하는 주무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이지만 공공도서관을 실제로 설립 운영하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다. 이에 따라 국가도서관위원회에는 도서관 관련 11개 부처의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며 이 외 민간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역할 중 하나는 도서관발전계획을 수립, 시행하는 것으로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들은 그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또한 국가도서관위원회는 시행계획에 따른 추진실적을 평가한다.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의결해 확정하는 일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
국가도서관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의결하고 이끌고 가는 것이다. 국가도서관위원회가 출범하지 않았지만 각 지자체에서 도서관발전종합계획에 따라 시행계획을 수립해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은 ‘도서관발전종합계획(안)’의 형태로 지난해 말 각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에 통보됐다. 이에 다음주에 첫 전체회의를 열고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의결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도서관생태계 현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적절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사서교사 확충이나 지적자유 침해 등이 현안인데 이와 관련해 회의에서 논의를 하고 대응방안에 대해 의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결 다음의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고민을 해야 한다. 국가도서관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이긴 하지만 행정위원회가 아니라 자문위원회이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문위원회는 행정위원회와 어떻게 다른가.
대통령 소속 위원회 중 행정위원회는 하나의 정부 부처와도 같다. 위원장은 상근직 위원장이며 국가 공무원으로 급여를 받는다. 그 아래 국·과 단위 조직들이 설치되며 의결하면 바로 시행이 된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자문위원회의 의결은 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된 데 대한 의결이며 법적 구속력을 갖는 의결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적자유 침해와 검열 등이 도서관에 나타났을 때 도서관들의 방패막이 역할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을 해야 한다.
이에 도서관법을 일부 개정해서 도서관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거나 훼손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국가도서관위원회 회의에서 대응방안을 의결을 해서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에 권고 형태로 공문을 보내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권고만 하더라도 담당하는 공무원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도서관생태계 현안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법제도 개선, 전문인력 확충, 지적자유 침해, 지식정보 격차 등 다양한 현안들이 있다. 법제도 개선과 관련해선 지자체에서 공공도서관 관장에 사서직을 임명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도서관법에 따르면 공공도서관 관장에 사서직을 보임하게 돼 있지만 지자체 조례로 공공도서관 관장에 복수 직렬을 보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사서직이 아닌 다른 직렬의 공무원이 공공도서관 관장을 할 수 있다.
이같은 조례와 실제 사서직이 아닌 관장의 사례를 전수조사하고자 한다. 지자체 조례가 상위법인 도서관법을 위반하는 사례로 지자체가 이를 시정하도록 하겠다.
지식정보 격차 문제도 있다. 시도 혹은 시군 간 도서관 수의 격차가 이용의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구 수가 비슷한 어떤 군에 공공도서관이 2개가 있고 어떤 군에는 4개가 있다면 후자가 훨씬 접근성이 좋다. 그래서 지자체 단위에서 도서관 접근 서비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안할 계획이다.
●도서관은 독서 습관 형성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모바일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독서율은 갈수록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는 습관을 갖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제 도서관은 단독 건물을 넘어 보육에서부터 지식서비스, 문화 평생학습, 노인들의 의료 건강 문제까지 다룰 수 있는 생애단계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공간의 하나로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도서관이 보육시설 의료시설 등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 그러면 엄마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어린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엄마를 맞이하게 된다. 집에 갈 때 자연스럽게 책을 대출해 갈 수 있다.
노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곧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가 되는데 노인들이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이들이 건강을 중시하는 점을 고려해 도서관에 혈압 측정기를 비치할 수 있다.
●최근 공공도서관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
공공도서관을 포함한 문화 예산이 줄어든 것은 정부의 전체적인 예산 삭감 기조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정부가 확충 재정으로 방향을 틀지 않으면 예산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도서관 예산을 어느 정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도지사, 시군구청장들이 예산안을 만들고 의회에서 통과를 시키는 과정에서 다른 분야 예산을 절감하더라도 공공도서관 예산만큼은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관련 사회적 캠페인이 절실하다. 국가도서관위원회와 문체부는 물론 한국도서관협회 대한출판문화협회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등 각 문화 독서 및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모여 한국의 도서관 독서 출판을 어떻게 진작시킬 것인지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 의제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