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 D-2개월, 시행 전부터 커지는 부작용 우려

2024-05-23 13:00:06 게재

7월 19일 시행 … “합법적 아동 유기 수단으로 악용”

‘익명 출산 권리’ ‘태생에 대해 알 권리’ 양립 안돼

폐지론까지 나와 … “제도 미흡한 점 직시해야”

익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한 보호출산제를 놓고 제도 시행 전부터 폐지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합법적 아동 유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법 논의 단계부터 지적됐던 부작용이지만 제도 도입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는 모습이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보호출산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선 제도 도입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걱정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민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위기 임신부들의 병원 밖 출산이나 영아 유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보호출산제가 도입된 데 비해 정책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 점을 지적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출생통보제 도입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으로 그 범위가 한정되는 것이 병행 도입의 목적에 부합하는 제도 설계”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출산제를 신청할 수 있는) 위기임산부 범위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보호출산을 애초에 신청하지 않은 위기 산부도 의료기관에서 분만 여부와 상관 없이 출산 후 아동보호신청에 따라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애초 제도 도입 설계 때보다 보호출산제를 이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넓어졌다는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모의 출산 사실을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결국 이를 통해 법적 친자관계의 단절 효과까지 발생해 법적 친자 관계를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발제에서 보호출산제를 도입한 해외 사례 등을 들며 “‘산모의 익명으로 출산할 권리’와 ‘아동의 태생에 대해 알 권리’는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라고 말했다. 독일에도 보호출산제가 도입돼 있는데 아동이 16세에 이르면 모에 대한 기록을 열람할 수 있고, 모가 공개를 반대할 경우엔 법원에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프랑스에선 생모의 의지에 따라 영구적인 익명성을 보장한다. 한국의 보호출산제 역시 생모와 생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부모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다.

허 조사관은 “보호출산제가 양육 포기의 창구로 활용되지 않으려면 취약한 임산부에 대한 충분한 지원, 한부모 지원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조사관에 따르면 덴마크에선 임신 12주가 경과된 30세 미만 임산부로서 자신을 부양해 줄 가족이 없는 경우 올해 기준 월 약 242만원의 생활보조금이 지급된다. 뉴질랜드는 자녀를 양육하는 16~19세 청소년부모에게 청소년부모급여를 지급한다.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지원을 받는 경우에는 주당 약 23만원, 그 외에는 주당 약 40만 3000원을 지급한다.

보호출산제로 태어나는 아동의 ‘태생에 대해 알 권리’가 박탈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보호출산제 폐지 주장까지 나왔다.

조민호 아동권리연대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이 자기 부모를 알고 원가정에서 자신의 부모로부터 양육 받을 권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통과된 법안”이라면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또 “아동이 자신의 부모를 알지 못하고, 아동이 원가정에서 자신의 부모로부터 양육 받을 권리를 송두리째 박탈당한 채 살아가야 함을 전제하는 폭력적 법안”이라며 “아동이 자신의 부모와 다시 결합할 수도 없는 아동에겐 생존과 존엄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훼손되는 재앙적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다정 간호사도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출생정보를 달라고 하면 뭐라고 하면서 거부할 수 있겠느냐. ‘너는 보호출산제가 아니면 죽었을 아이니 너의 출생정보는 안주겠다’라고 할 거냐”면서 “보호출산제는 꼭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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