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하는 어촌, 바다생활권 통해 확산

2024-05-24 13:00:01 게재

서산 귀어인 앞장서 감태수출

충남도 “어촌변화 가속 절실”

해수부 “마을공간 넘어 지원”

해양수산부와 충남도가 귀어인들이 앞장서 감태를 가공·수출하고 있는 어촌계 사례를 확산하려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어촌이 소멸하는 속도보다 일자리와 소득을 중심으로 활력을 찾는 속도를 높이는 게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충남 서산시 중왕리에 있는 ‘중리어촌체험휴양마을’ 박현규(55) 대표는 2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미국 H마트 관계자를 만나 감태수출을 협의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우리 마을에서 수출한 감태는 1억8000만원 수준인데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수출지역도 미국 호주 대만 홍콩 등 4개국이고, 수출효자 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는 김보다 3~4배 비싸게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귀어를 준비하고 있는 교육생들이 감태뜨기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정연근 기자

◆주민출자금으로 어촌휴양체험마을 만들어 = 과거 전국 여느 어촌과 다를 게 없었던 마을은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류오염사고로 수산물 판매소득이 급감하면서 마을인구도 130가구에서 96가구로 줄었다. 박 대표와 마을사람들은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잘 사는 어촌마을을 배우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건물관리업에 종사하다 1998년 서산경찰서에서 행정직으로 일하던 박 대표는 2002년 퇴직 후 집안에서 하던 어업을 이어받았다. 돌돔 우럭 등을 양식하던 그는 2012년 어촌계장을 하면서 마을의 변화를 모색했다. 마을주민들과 전국적으로 유명한 화성 백미리어촌계 등을 방문한 후 주민들의 출자를 바탕으로 만든 게 중리어촌체험휴양마을이다.

그는 “정부에서 하는 정책사업을 따서 시작하려 하니 3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며 “그러면 주민들 열기도 식을 수 있어 백미리어촌계처럼 스스로 출자금을 모아서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마을 96가구 중 44명(어촌계원 41명)과 50만원씩 2200만원의 자본금을 모아 2014년 중리어촌체험휴양마을을 만들었다. 2016년 어촌선두마을 모범사례 발표 때는 화합 만족 고부가가치와 함께 ‘세계화’를 주요 비전으로 내세웠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어촌6차산업화 마을사업으로 감태가공시설을 준공(2019년) 운영하고, 중왕항을 대상으로 진행된 어촌뉴딜사업을 통해 귀어귀촌인 교육을 위한 ‘가로림수산학교’까지 운영하고 있다.

◆어촌소멸 vs 모범어촌만들기 속도경쟁 = 감태가공시설비는 해수부가 50%, 지자체에서 40%를 지원했고 주민부담 10%는 어촌계원들이 1인당 3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출자했다.

이곳에서는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주민들 감태를 매입하고, 이익금은 배당으로 환원한다. 61~78세 고령 주민들은 감태가공팀(7명)과 체험마을(13명)에서 일도 한다. 78세 이상 주민들에게는 매월 10만원씩 연금도 지급하고 있다. 모두 마을사업장에서 올린 수익으로 하는 일이다.

서산시도 지역특산인 감태를 명품화하는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2020년 해썹(HACCP) 인증과 호주 수출에 성공했다. 감태 매출은 2014년 3000만원에서 지난해 13억8000만원으로 늘었다. 그 사이 마을에는 18가구가 귀어했다. 어촌계는 정관을 바꿔 귀어인들이 △수산학교 교육 3회 이수 △정부귀어정책 교육 200시간 이상 이수 등을 하면 어촌계원으로 받아주고 있다. 마을가구는 120가구로, 어촌계원은 99명으로 늘었다. 지금도 5가구가 교육을 이수 중이다. 이제는 한 해 120여곳의 단체가 이곳의 성공을 배우겠다며 방문하고 있다. 백미리의 성공이 중리어촌체험마을로, 중리어촌체험마을의 성공이 또 다른 마을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속도가 문제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전형식 충남 정무부지사는 “모범사례를 하나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하는 방식으로는 지역에서 요구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며 “필요한 수준만큼 예산과 인력을 한꺼번에 집중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부지사는 “해수부의 바다생활권 정책으로 귀어인들과 청년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핵심은 사업규모”라고 말했다.

송명달 해수부 차관은 “역량있는 곳에서 나타는 성공사례를 확산해야 한다”며 “마을단위를 벗어나 연안과 어촌의 유·무형 자원과 유동인구 등을 연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바다생활권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산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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