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양곡법·농촌빈집 현안 수두룩, 그래도 “농촌에 미래있다”

2024-05-24 13:00:05 게재

농가소득안정망, 유럽 직불제와 미국 보험 섞은 ‘투트랙’ 전략

기후변화 대응 스마트과수원 확대, 농촌소멸 대응 ‘체류형농촌’

우리나라 농정 역사상 첫 여성 수장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앞에 현안 과제가 쌓여있다. 당장 28일로 예고된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과 농산물가격안정법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에 대응하는 정부 입장을 알리는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 장관은 우선 양대 개정안에 반대하는 강경한 입장에서 조금 벗어나 대체 제도를 시행해보자는 입장이다. 송 장관은 이를 위해 농산물 가격하락에 농가소득이 감소할 경우 보험으로 손실을 보장하는 ‘수입보장보험’ 제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양곡법과 농안법은 가격이 일정수준 하락하거나 농가손실이 발생할 경우 의무적으로 국가재정을 투입해 보전하는 것인데 이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2일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수많은 농정 현안이 있지만 여전히 농촌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이의종

송 장관은 “농업인에 대한 기본 직불금을 확대하고 농가에서도 일정부분 보험료를 내고 책임감 있게 농가경영을 하는 방안을 결합하면 농업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이같은 방식을 유럽과 미국 방식의 ‘투트랙’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직불제 중심의 유럽 농정과 보험 방식의 미국 농정을 섞어 한국식으로 재조합했다는 뜻이다.

송 장관이 제시한 수입안정보험은 농업수입보장보험을 확대해 만들었다. 2015년 시범도입한 농업수입보장보험은 일부 품목에 대해 가격이 하락해 농가 수입이 줄어들 경우 손실을 보전해 주는 제도다.

22일 서울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송 장관을 만나 농민 수입보장 대안으로 제시된 수입안정보험과 농산물 물가안정 대책, 농촌공간활용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양곡법 농안법 국회통과가 유력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다. 주무부처 장관으로 갈등을 풀 수 있는 대책과 계획이 있다면

수요와 공급에 맞는 생산계획을 세워야 하고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는 재해보험으로 가격하락에 따른 손해는 수입안정보험으로 농업소득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이 기본 계획이다. 골격은 유럽의 직불제 형태와 미국의 보험제도를 결합한 투트랙으로 구성했다. 이같은 방식의 두 제도가 정착되면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없이 농가 소득보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수입안정보험의 경우 재해보험과 달리 가격이 하락했을 때 수입을 보장하지만 농민들이 보험료를 내고 가입해야하는 문제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민들도 일정부분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보험료 대부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원한다. 농가에서 조금의 보험료를 내야 책임 농업이 가능해진다. 신중하게 재배 농작물과 생산계획을 세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농민들이 생산량이 줄어 손해를 볼 것 같으면 재해보험, 가격이 하락할 것 같으면 수입안정보험을 선택해 가입하면 된다.

농가들의 절반 이상이 0.5㏊ 이내 농사를 하고 있다. 이정도 규모 농사를 지으면서 굳이 내주머니에서 돈을 내서 보험을 들어야 하느냐는 의문도 있을 것이다. 보험은 본인도 일부 책임지는 제도다. 농민들도 책임에 함께 동참하고 정부가 든든하게 지원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산량이 계속 감소하는데 현재 상황은

농산물 가격상승은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이에 따른 생산량 감소 문제를 풀기 위한 장기 전략을 짜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민들이 걱정없이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 개화기 냉해피해와 여름철 폭우로 낙과가 많아졌다. 탄저병까지 와서 트리플 리스크가 생긴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은 평년에 비해 30% 생산량이 줄었다고 하는데 농가는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 크기가 작고 상처가 난 것들이 많아 실제 판매하기 어려워진 것들이 많다.

●올해 생육상황 등 농산물 공급과 전망, 중장기 정부 과제는 무엇인가.

올해도 기후에 따른 농업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벌마늘 나오는 것도 다습하니까 육쪽이 여러쪽으로 갈라져 나온 것이다. 5월부터 참외 등 생산량이 증가하고 6월부터는 노지 채소가 본격 출하되면서 적정 수급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기적으로는 스마트과수원으로 가야한다.

생산성이 높은 스마트과수원에서 기후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생산체계를 구축한다. 스마트 사과과수원에 가보면 나무가 방사형이 아닌 평면형으로 돼 있다. 통풍이 잘되고 햇빛을 골고루 받는다. 기계가 들어가서 작업하기 편리한 과수원이다. 내재해성이 강한 품종도 개발하고 있다. 과일 크기와 색깔이 다양한 품종도 나와야 한다. 튼튼한 사과 품종이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빈집이 늘어나는 등 농촌소멸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농촌개발계획이 전공이신데 구상하고 있는 농촌살리기 방안이 있다면

한국은행 보고서를 보면 저출산에 미치는 몇가지 영향이 있다. 인구의 도시 집중도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인구의 도시 집중도가 OECD 평균과 가장 큰 차이가 난다.

많은 사람들이 농촌과 연결된 삶을 살면 인구 도시집중도를 낮추고, 농촌이 저출산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주민등록을 옮겨 이사하라는 뜻이 아니다. 4도3촌, 5도2촌으로 생활범위를 넓히자는 뜻이다.

지금까지 농촌은 농사짓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농촌은 살고 일하고 쉬는 곳으로 정착하고 있다.

농촌을 쉬는 공간으로 만들면 농촌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농업의 부가가치도 덩달아 올라간다.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체류형쉼터와 체류형농원이다. 1년에 300만원 정도 내고 농촌별장을 쓰는 것이다. 매년 지역별로 돌아가며 사용해도 된다.

이렇게 되면 그 지역에서 농산물도 팔리기 시작한다. 이외에도 다른 생산성 있는 일거리도 만들어지고 농촌이 살아나게 된다.

김성배 범현주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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