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마음을 두드리니 규제가 아닌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2024-05-27 13:00:04 게재

‘개발 제한 = 경제적 손실’ 고정관념 벗어나야

B급 영상물 등 능동적 조직문화 조성 위해 노력

개발이냐 보전이냐. 정권과 관계없이 경제적인 혜택을 앞세워 개발에 대한 욕구는 늘 있어왔다. 16일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곧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생각이 주류를 이루기 위해서는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무조건 내 생각이 맞다’는 식의 접근이 아닌 ‘열린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주민들과 마찰 없이 지속되기 위해서도, 어렵게 승격된 팔공산국립공원이 지역에서 환영을 받는 곳으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서도 모두 소통이 기본이다. 송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강원도 원주시 혁신로 국립공원공단에서 이뤄졌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2018년 12월~ 2020년 10월) △환경부 대변인(2018년 8~12월)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2017년 10월~2018년 8월) △낙동강유역환경청장(2016년 6월~2017년 10월) △수도권대기환경청장(2013년 4월~2016년 5월)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2012년 12월~2013년 4월) △대구지방환경청장(2011년 2월~2012년 1월) 사진 이의종

●팔공산국립공원 승격이 어렵게 이뤄졌다. 이후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국립공원 경계지역은 늘 개발 욕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걸 주민들에게 잘 알려드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 소통은 필수다.

팔공산국립공원 승격 이후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공원관리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종교계 △지방자치단체 △주민 등이 참여하는 지역협의체 9개를 구성했다. 이들과 수차례의 지역협의회(20회)를 가졌고, 지역 상생발전을 위한 의견(132건)들을 수렴했다.

이를 ‘팔공산국립공원 지속가능 상생발전 종합계획(마스터플랜)’ 수립 시 반영할 계획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립공원 협치위원회’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여러 전문가들과 지자체 지역주민 등이 공원관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팔공산국립공원 핵심지역 보전 및 공원 내 토지소유자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사유지 매수사업’도 시행한다. 총 105필지를 접수 받았고 평가 중이다. 팔공산 내 2개 마을(상가)을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하기도 했다.

명품마을은 무엇보다 지역 주민의 자발성이 중요하다. 여러 지역의 명품마을들을 찾아가서 직접 주민들을 뵙고 어려움은 없는지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한다. 명품마을 위원장들을 다 모시고 회의도 했다. 어떤 분은 기관장을 처음 만났다고 좋아하셨다. 물론 시간이나 여건상 마음만큼 많은 분들을 직접 뵐 수는 없지만 되도록 어려운 점이나 개선 사항들을 폭넓게 듣고 실제 빠른 속도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수용성도 중요하지만 국립공원 품격에 맞는 관리는 기본이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팔공산국립공원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를 할 계획이다. 지역사회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탐방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자연생태계 조사 △경관·문화자원 보전 및 특별보호구역 지정 등 팔공산 자연자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재난 예·경보시스템 운영하고 산불을 예방하고 진화시설을 확충하는 등 재난안전사업에 중점을 두고 추진할 계획이다. 야영장 주차장 공중화장실 탐방로 등 탐방 기반 시설도 확충·정비한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도 개발할 생각이다.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 대국민 체감형 서비스 개선방안’에 선정된 등산스틱 등산화 등 산행 장비를 탐방객에게 무료로 대여해 탐방객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서비스가 호응이 높다. 현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소통을 강조하는데, 조직 내부는 어떤가.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책임감이 강해서 맡은 업무는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데 좀 더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예로 열심히 구덩이를 판 직원이 있다고 치자. 정말 열심히 해서 구덩이를 판다. 그런데 왜 팠는지 물어보면 ‘위에서 시켜서’라는 수동적인 답이 돌아오더라. 이런 수동적인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 이 정책을 왜 했고, 어떠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그리고 부족한 점은 뭔지 등을 적극적으로 본인이 고민해야만 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공공기관 조직문화가 그렇듯 국립공원공단 역시 다소 딱딱하고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로 인해 기성세대 임직원들과 엠제트 세대(밀레니엄 세대와 제트 세대를 아울러 이르는 말) 직원들 간 서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조직문화를 탈피하고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의 일환으로 직원 누구나 공감하는 주제를 가지고 B급 감성 영상물을 제작하게 됐다.

이 영상물을 만들기 위해 추가 예산은 들지 않았다. 직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배우로 참여했다. 현장에서 직원들을 만나보니 정말 생각하지 못한 재능들이 있었다. 이 재능들을 영상물로 풀어냈고 직원들도 신이 나서 하더라. 조직 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나 문제점을 소재로 직접 직원들이 기획하고 배우로 참여하다 보니 공감도도 높았다.

●공공기관에서 B급 감성을 내세우기가 부담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각종 업무로 지친 직원들이 잠깐이라도 웃고 즐거워함으로써 조직에 활력이 생긴다면 그 자체로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상들은 특별하거나 거창한 가치를 담았다기 보다 영상을 통해 직원 상호 간, 세대 간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여 조직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데 중점을 뒀다. 국립공원에 대한 다양한 정책과 정보도 새로운 시도를 더해 지루하거나 정형화되지 않은 B급 감성의 영상으로 제작해 국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예정이다.

●올해가 반달가슴곰 복원 20주년이다. 유전적 다양성 중요성이 더 커진다.

지난 20년간 노력으로 반달가슴곰 84개체가 자연에서 활동 중이다. 지리산은 물론 덕유산권역(덕유-가야-수도-민주지산)으로 서식지를 확산해 활동(3개체)하는 등 안정적으로 개체군을 형성하고 있다. 유전적 다양성 증진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세계 최초로 반달가슴곰 인공수정 증식기술을 통해 출산, 방사했다. 2018년 2개체와 2019년 3개체 등 총 5개체가 이뤄졌다.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한 경우 인공증식을 하거나 외부로부터 개체를 이입하는 등 여러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여러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 역시 소통이 중요하다. 사람과 반달가슴곰이 함께 살 수 있다는, 공존 문화 인식 확대를 위해 2018년부터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이 협의체에는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20개 시·군 지역의 48개 기관과 단체 주민이 참여한다. 반달가슴곰 활동 위치 공유와 피해방지 시설 설치 등 홍보 및 교육 활동을 함께 벌여 나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백두대간 생태계의 건강성을 확보하는데도 중요하다. 앞으로 서식지 간 연결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는 특정 기관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자체와 지역주민과의 협력을 통해서 올무제거와 생태통로를 개설하는 등 개체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

●서식지 연결성 문제는 사유지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국립공원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핵심지역이다. 하지만 다른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사찰지를 포함해 상당한 면적의 사유지를 포함해 체계적인 보전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육상면적의 약 32.0%(사찰지 포함)가 사유지다. 이는 미국(3.1%)이나 캐나다(0.0%)와 비교하면 아주 높은 수치다.

생태계 연결성 강화를 위해 국립공원공단에서는 2006년부터 2654억원을 투입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28배인 80.6㎢를 매수했다. 무등산에서는 수십년간 염소 방목으로 훼손된 목장부지(너와나목장)을 매수해 훼손정도 및 공간 생태특성에 맞게 식생복원 및 습지조성 등 복원을 추진 중이다.

월악산에서는 계곡 상류의 송어양식장을 매수해 수질오염원 및 경관 저해요인을 제거하는 한편,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교육의 장을 제공하기도 했다. 북한산에서는 방치된 묵논을 매수한 뒤 습지로 조성했다. 양서류 및 조류 등 야생생물의 안정적인 서식지를 확보에 도움이 됐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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