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지막 사흘…연금개혁 골든타임이 지나간다

2024-05-27 13:00:41 게재

이재명, 불씨 살리고 김진표 국회의장도 거들기

대통령실·국민의힘 “졸속 개혁 안 된다” 버티기

21대 국회 임기가 사흘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국민연금 개혁의 마지막 불씨가 타올랐다가 사그라들기 직전이다. 깨질 줄 알았던 연금개혁 판을 기습적으로 다시 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 대표가 깔아준 판을 차마 받을 수 없어 22대 국회 때 새로 깔자는 대통령실·여당의 신경전이 치열한 탓이다. ‘21대 모수개혁, 22대 구조개혁’ 안을 제시한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의 비공개 회동이 예정된 가운데 극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금개혁 방안 제안하는 김진표 국회의장 김진표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 의장은 “21대 국회에서 모수 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27일 김 의장은 연금개혁을 주제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갖기로 했다. ‘최악의 국회’라는 평을 받고 있는 21대 국회의 마지막 사흘 안에 연금개혁이라는 성과를 내기 위한 막판 시도다.

김 의장은 전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모처럼 찾아온 연금개혁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힘을 보탰다. 그는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 중 가장 난제라고 평가받는 연금개혁은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모수개혁에 대해서는 여야 이견이 많이 좁혀진 상황”이라면서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내에서 논의된 소득대체율 44%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이 구조개혁과 모수개혁 함께해야 한다는 논리로 반대하자 보다못한 김 의장이 나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당은 ‘졸속 연금쇼’라며 여전히 반대입장을 고수중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연금 개혁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이 모두 필요한 지난한 과제로 청년과 미래 세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시간에 쫓겨 결정하기보다 국민 전체, 특히 청년 세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 주장은 연금 쇼”라면서 “연금개혁을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를 꾸리고, 국회 연금특위를 22대 국회에서도 재구성하자”고 덧붙였다.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은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여권은 막판에 기습적으로 연금개혁 타협을 거론한 이 대표의 정략적 의도를 의심한다.

문제는 이 대표의 전격 수용이 정략적이든 아니든 따질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김 의장도 전날 간담회에서 “17년 만에 찾아온 골든타임을 놓치면 헌법상 의무를 해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여당이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아니 22대 국회 때 하자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현재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연금개혁을 미루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여당 내에서도 “이 대표에게 주도권을 뺏겼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 수도권 낙선자는 “25만원 국민지원금을 주자는 이 대표의 기습제안에 휘둘리더니, 이번엔 국민연금”이라면서 “속속 당하기만 한다”고 말했다.

여권이 애초부터 연금개혁 필요성을 주장하긴 했지만 애초에 정부안도 내놓지 않고 국회로 떠넘길 때부터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낙선자는 “여론과 상관 없이 할 일을 하겠다는 이미지만 가지려고 했지 실제로는 할 일을 하지 않은 탓에 이런 상황에 몰린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 대표의 제안이 아무리 정략적 의도가 있더라도 받아야 한다는 여당 내 입장표명도 이어지고 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썼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것이라면 우선 나아가자”고 적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도 27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가 있든 없든 간에 양보를 해서 모수개혁에 합의를 한다면 일단 첫걸음으로 합의를 해주는 게 맞다”면서 “유승민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이 구조개혁이 안 돼서 안 된다고 하는데 의대 정원 이야기하는 것과 사실 논리적으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함에도 여당과 정부는 한사코 미루자고 고집하고 있다”며 “무작정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연금 개혁을 하지 말자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왜 미뤄야 하나. 이번에 미루면 위원회 구성 등으로 1년이 지나가고 곧 지방선거와 대선이 이어질 텐데 연금 개혁을 할 수 있겠나”라면서 “17년 만의 연금 개혁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마지막 국회가 이틀 남은 상황에서 또다시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려는 시도와 연금 개혁을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움직임만 국민에게 비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다수당의 힘으로 이틀 남은 21대 국회에서 시간에 쫓겨 밀어붙이지 말고 이틀 뒤에 시작할 22대 국회에서 진짜 연금 개혁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맞받아쳤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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