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라인사태’ 갈등 진화…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키로

2024-05-27 13:00:37 게재

중 “윤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발표에 외교부 “존중입장 유지”

기시다, 중국에 수산물 금수 철폐, 센카쿠 주변 부표 철거 요구

9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서울에 모인 3국 정상이 릴레이 양자회담을 열었다. 한일 정상들은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로 고조되던 양국 갈등을 진화하는 데 입을 모았고, 한중은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논의 재개에 합의했다.

◆기시다, 라인사태에 “보안 재검토 요구” =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양자회담에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며,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양국 간에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에 불변이라는 원칙 하에서 이해되고 있다”며 “이번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 보라는 요구사항”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또 “한일 정부 간에 초기 단계부터 이 문제를 잘 소통하면서 협력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를 네이버에 대한 지분 매각 요구로 받아들인 시각을 사실상 부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일 간 경제 협력 교류 방안도 논의됐다. 양측은 우선 내달 중순 새롭게 출범하는 한일수소협력대화를 통해 수소 관련 표준과 수소 에너지 규격, 정책 분야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달 중순 한국 산업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간 한일자원협력대화를 신설하고, 핵심 광물 등의 공급망 위기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한일 양국의 미래세대 교류를 위해 출범한 ‘한일 미래 파트너십 재단’은 협력 규모를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주 일본이 먼저 2억엔을 선제적으로 모금하고, 우리 측도 이에 발맞춰 기금을 확충하는 방식이다.

◆시진핑 방한 논의는 없어 = 윤 대통령은 앞서 리창 총리와 연 양자회담에서 한중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논의를 FTA 발효 8년 만에 재개키로 합의했다.

더불어 고위급 협의체인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하는 등 외교·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대화 협의체다. 외교부에서는 차관이, 국방부에서는 국장급 고위 관료가 들어간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정상회담이 끝난 후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 차장은 “한중 FTA는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상호 존중하며 공동이익을 추구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리 총리는 “한중관계를 중시하며 이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중국 측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한국 측과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외교안보 대화에 더해 민관 1.5트랙 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등 외교안보 소통 채널도 재개하는 한편 산업부와 상무부 간 대화체인 ‘한중 수출 통제 대화체’를 출범,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소통 창구를 맡도록 하기로 했다.

2011년 이후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도 재개한다. 이 위원회는 한국 산업부와 중국 상무부 간 장관급 협의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위협과 관련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평화의 보루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이나 윤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회담 뒤 윤 대통령이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이런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양안 관계에 관해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유지해왔고, 이번 회담에서도 이런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고 설명해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리창 일본에 “의견격차 잘 컨트롤” =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는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양자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즉시 철폐하라”고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대한 리 총리의 대답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양국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실무 레벨에서 협의를 가속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중국군의 이른바 ‘대만 포위 훈련’ 등을 염두에 두고 중국의 군사 활동에 대해 우려를 전하는 한편 중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설치한 부표를 즉시 철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리 총리는 “국제 정세가 양국 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우리 사이에 있는 의견 격차를 잘 컨트롤해 새로운 시대 요구에 맞는 건설적·안정적 중일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26일 저녁 기시다·리창 총리를 비롯한 3국 대표단 환영만찬을 열었다. 한일중 문화 예술인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한국의 가야금, 일본의 샤쿠하치, 중국의 얼후 등 3국의 전통악기 연주자가 모여 중국과 일본의 대표곡을 합주하기도 했다.

이재걸 정재철 기자 claritas@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