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또 ‘윤심’만 좇다가 민심과 멀어질 위기

2024-05-28 13:00:04 게재

28일 ‘채 상병 특검법’ 저지 총력 … 한동훈 전대 출마 ‘부정적’

여론 ‘특검 찬성’ 67% … 여당 지지층 ‘차기주자 한동훈’ 45%

국민의힘은 지난 2년간 ‘윤심(윤석열 마음)’을 좇아 당 대표를 교체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막다가 4.10 총선에서 참패했다. 민심 대신 ‘윤심’만 좇은 대가였다. 총선 참패를 겪은 여당이 또 ‘윤심’에 매달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고 ‘한동훈 전당대회 출마’를 원치 않는 기류가 감지되자, 여당이 행동대를 자처해 ‘윤심’ 구현에 나선 것. 민심에 역행하는 여당의 ‘윤심’ 추종이 자칫 여권을 더 큰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28일 ‘채 상병 특검법’ 재투표를 앞두고 부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의원들의 표결 참석과 반대표 행사를 거듭 주문했다. 여야 의원이 전원 표결에 참석할 경우 여당 이탈표가 17표를 넘지 않아야 부결이 가능하다.

국회의장과 면담 마친 여야 원내대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후 각자 자리에서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28일 현재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여당 의원은 5명(안철수 유의동 최재형 김 웅 김근태). 이탈표가 12표만 더 나오면 가결이 가능하지만, 여당 지도부는 집안단속을 단단히 한만큼 “추가 이탈표는 없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만큼 일부 의원이 ‘윤심’ 대신 민심을 좇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채 상병 특검법’은 여론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월 29일~5월 1일, 전화면접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찬성’이 67%에 달했다. ‘반대’는 19%에 머물렀다.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 저지에 나선 건 민심에 역행하는 행보인 것. 여당이 또 ‘윤심’만 좇다가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김 웅 의원은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만약 (찬성표가) 10표 아래로 나오면 우리 당은 궁극적으로 존립이 어려울 것이다. 이젠 대통령의 잘못만이 아니라, 그동안 ‘방조범’이었던 국민의힘은 ‘공범’이 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은 28일 표결에 앞서 “특검 수용으로 총선 민의를 받들고, 국민의힘의 성찰·혁신·재건의 디딤돌로 삼자”고 밝혔다. 특검 반대로 민심에 역행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7~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여당은 민심보다 ‘윤심’을 좇는 행태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한동훈 위원장 문제는 바로 풀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걸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전언이다. 여권 핵심인사는 27일 “(윤 대통령 부부는) 한동훈이 당권 잡는 걸 강하게 반대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여당 총선백서특위의 행보가 심상찮게 해석되는 이유다. 특위는 한 전 위원장 면담을 추진 중이다. 친한으로 꼽히는 장동혁 의원은 27일 “총선백서팀이 특검이 아니지 않나. 총선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 대표를 면담하고 백서 집필한 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윤이 장악한 총선백서특위가 총선 참패 책임을 한 전 위원장에게 전가하려고 한다는 의심인 것. ‘한동훈 당권’을 막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한동훈 당권’에 부정적이라는 관측이지만, 여론은 다르다. 한국갤럽 차기 대선주자 조사(5~7일, 전화면접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 전 위원장은 17%로 선두권을 기록했다. 보수진영 주자인 홍준표·이준석 3%, 안철수·오세훈 2%에 머물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동훈 45%, 홍준표 5%, 이준석 2%, 안철수 3%, 오세훈 5%였다.

여당이 민심보다 ‘윤심’을 좇는 데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안철수 의원은 28일 “공정과 상식의 나라를 위해 헌정사상 초유의 5년만의 정권교체를 만들었던 대선 민심이, 총선에서는 정권심판의 쓰나미로 분출했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