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회장·은행장 연임 불투명…금감원 검사 관심 쏠려

2024-05-29 13:00:01 게재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관리책임’ 강조

중대사고 발생시 ‘연임 제한’ 조치 밝혀

친정체제 구축 … 대대적 물갈이 관측도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검사 결과에 따라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 왼쪽)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오른쪽)의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내부통제와 관리책임 강화를 선언한 이후 금융당국의 검사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 행위 등이 드러날 경우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조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들어 3건의 배임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0일부터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 중이다. 은행검사2국 소속 검사역 상당수가 이번 검사에 투입됐으며 6주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정기검사에 앞서 “지난 2월 배임 사고에 대한 검사를 벌인 결과 은행 직원이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확인되는 등 내부통제 측면에서 취약점이 노출됐다”며 “사고예방 등을 위한 내부통제 체계의 취약성은 향후 추가적인 금융사고로 인한 은행 손실 및 소비자 피해 발생 등으로 이어져 은행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시군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함에 따라 내부통제 통할 체계가 취약할 소지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농협은행 다른 지점 및 여타 금융회사 등에서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을 개연성을 확인했다.

금감원은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의 경영 전반 및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 진단해 개선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올해 3월 109억 가량의 배임혐의가 드러났다. 부동산 담보대출 과정에서 대출금액을 과다 산정해 부당대출이 일어난 것이다. 이달 들어서도 농협은행은 공시를 통해 6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 2건이 추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에서 최근 잇따라 터진 배임 사고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는지 상세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농협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다른 때 보다 더 금감원 검사에 긴장하는 이유는 이달 초 농협중앙회가 밝힌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과 무관하지 않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과거 기업들은 매출신장에만 몰두해 윤리경영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요즘의 윤리경영은 조직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책임 강화 발표는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책임 강화 방안에는 사고를 유발한 행위자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 및 처벌, 공신력을 실추시킨 농·축협에 자금 지원 등 제한, 중대 사고와 관련된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 등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의 발언 등이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취임한 강 회장은 첫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다소 체면을 구겼다. 강 회장은 NH투자증권 사장 임명과 관련해 측근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농협금융지주와 금융당국은 전문성 있는 인사의 임명 필요성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NH투자증권 사장에는 내부 출신이 임명됐다. 금감원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시점에 검사에 착수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달 NH투자증권에 대한 정기 검사를 시작했으며 아직까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NH투자증권에 대한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서 농협중앙회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들은 전임 회장 당시 임명된 인사들이어서 금감원 검사가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농협금융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CEO들은 강 회장이 임명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은 회장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차원에서 자연스러운 예측”이라며 “내부적으로 긴장감은 크지만 강 회장의 의중을 존중하고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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