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겸직금지 가이드라인’ 나온다

2024-06-11 13:00:12 게재

‘음대 입시비리’에 과외 금지 명시 … 경찰, 입시브로커·교수·학부모 17명 송치

경찰이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불법 과외를 하고, 입시 실기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이들에게 높은 점수를 준 교수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당국이 교수들의 겸직금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재발방지에 나서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11일 “(음대 교수들의 불법 과외가) 관행처럼 돼온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이런 점을 예방하기 위해 ‘사교육 관련 대학교원 겸직 금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7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는 교수들이 수험생에게 영리적인 목적으로 과외를 하는 행위에 대해 겸직 허가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명시한다.

앞서 교육부는 현직 교사가 입시학원에 모의고사 문항을 만들어 파는 행위가 드러나자 지난해 말 ‘교원의 사교육업체 관련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현행법서도 교수 과외는 금지 = 현재도 교수들의 과외는 금지 사항이다. 현행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는 초·중등학교 교원, 대학 교수들은 과외교습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음대 입시업계에선 교수들의 불법 과외가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특히 교수들이 자신이 가르친 학생에게 특혜를 주는 일도 심심치 않게 드러났다.

교육부는 경찰로부터 수사 결과를 공식 통보받지는 않은 상황이라 교수들에 대한 처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학원법에 따르면 교수가 과외교습 제한을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여기에 영리업무·겸직 금지 의무 위반,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 수행 등을 저지른 교육공무원은 비위 정도·고의 여부에 따라 최대 ‘파면’될 수 있다.

교수로부터 고득점 ‘특혜’를 받아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 역시 입학 취소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부정 입학, 입시 비리를 통해 합격한 경우에는 입학 취소가 될 수 있다”며 “사안에 따라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수사 결과를 건네받을 때까지 교수들의 불법 과외 관행을 근절하고, 재발 방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시 비리는 통상 제보를 통해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며 “9월 입시철에 맞춰서 입시 비리 제보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입시 비리 항목을 신설해 처분 규정을 강화하는 입법예고를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지난해 6월부터 수사 착수 = ‘음대 입시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학원법 위반,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입시 브로커 A씨와 대학교수 B씨(구속) 등 17명을 10일 검찰에 송치했다.

교수들에게는 각각 불법 과외를 한 혐의와 실기고사에서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을 직접 평가해 대학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이 외에 학부모 2명은 자녀가 대학에 합격하자 B씨에게 현금과 명품 핸드백을 건넨 혐의, 서울대 음대 학과장이던 교수 C씨는 대학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비공식 제자 오디션’을 하고 A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A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 강남구·서초구 일대 음악 연습실을 대관해 수험생들에게 총 679차례 성악 과외를 하는 방식으로 미신고 과외교습소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교수들은 A씨와 공모해 수험생들에게 총 244회 불법 성악 과외를 하고 1억3000만원 상당의 교습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사괴정에서 성악과가 있는 전국 33개 대학의 심사위원 명단과 불법과외를 받은 수험생들의 지원 대학을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B씨 등 5명의 교수가 서울대 숙명여대 경희대 등 서울 4개 대학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입시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입시가 임박한 시기에 교수들에게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이나 실기고사 조 배정 순번을 알리며 노골적으로 청탁했다.

청탁을 받은 교수들은 대학의 내·외부 심사위원직을 맡은 뒤 자신들이 가르친 수험생을 찾아내 높은 점수를 줬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6월 대학교수들의 입시비리에 관한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A씨 자택과 음악 연습실, B씨 교수실, 입시비리 피해 대학 입학처 등 16곳을 3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장세풍·오승완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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