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쇠고기 고급화 … 한우산업 휘청

2018-12-07 11:34:55 게재

GS&J, 대응책 촉구

적정 가격·규모 필요

수입쇠고기가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게 고급화 다양화하면서 한우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민간 농업농촌연구소인 지에스앤제이(GS&J)는 5일 발표한 보고서 '한우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에서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사육규모가 줄어들고 가격은 더 오르는 식으로 한우산업이 침체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우산업은 2001년 쇠고기 수입자유화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왔다. 한우고기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에스앤제이에 따르면 2001년 수입쇠고기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한우고기도 실질가격과 소비량이 함께 상승했다.

1인당 연간 수입쇠고기 소비량이 2001년 4.6kg에서 지난해 6.7kg으로 늘었고, 국내산 쇠고기 소비량도 같은 기간 3.5kg에서 4.6kg으로 증가했다. 국내산 쇠고기는 한우와 육우(젖소 수컷)지만 한우 비중이 대부분이다.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2016년 하반기 이후 하락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우고기 가격과 소비량이 함께 상승하면서 한우번식농가들의 소득기반인 송아지 가격도 높아졌다.

한우고기로 키우는 수송아지는 2012년 12월 마리당 137만2000원을 기록하며 최저점을 통과한 후 최근 400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2016년 400만원을 돌파한 후 지난해 잠시 급락했지만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쇠고기 관세가 철폐돼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관세가 21.3%인 미국산 쇠고기는 2026년 관세가 철폐돼 가격이 지금보다 17.6% 하락하고, 호주산도 2028년 관세가 없어져 가격이 21.1%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우고기 가격은 3.4% 하락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입쇠고기와 한우고기의 수요대체성이 낮은 게 이유다.

하지만 한우산업은 최근 시장에서 위협받고 있다.

한우고기와 경쟁하고 있는 수입쇠고기가 갈비 중심에서 살코기 중심으로 다변화되고, 냉동육에서 냉장육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한우고기와 수입육 대체성을 높이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

냉장유통은 냉동유통에 비해 고기맛을 신선육에 가깝게 보전한다. 냉장유통 비중은 2007년 이후 15~17% 수준에 머물다가 최근 20% 이상으로 급상승했다. 갈비 비중도 2012년 기점으로 비중이 줄고 양지 앞다리 목심 등 살코기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지에스앤제이는 수입육의 고급화로 한우와 차별성이 서서히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수입육이 한우고기 가격을 매년 1%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가정하면 한우 도매가격(농가 소득)이 현재 1만7000~1만8000원 수준에서 2022년 1만550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총 사육마릿수도 299만마리에서 2025년말 270만마리대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송아지 가격도 2022년 250만원 초반대로 떨어진 후 조정기를 거쳐 2025년 300만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분석했다.

수입쇠고기와 차별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도매가격과 수송아지 가격이 떨어져 한우 사육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사육규모도 2021년 이후 급격히 감소할 것이란 추정이다.

이정환 지에스앤제이 이사장은 "낙관적 시나리오도 있지만 한우농가와 관계자, 정책당국은 비관적 시나리오를 현실적 전망으로 판단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한우농가와 소비자들이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적절한 가격과 사육규모를 달성하는 것을 한우산업 발전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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