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포기, 미국식 가격안정 주목

2019-10-28 12:09:41 게재

1985년 방식 계속 운영 … 농업생산액 10% 보조

정부가 국제무역기구(WTO)의 농업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운영하는 '농산물 가격 변동 안전장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산물 수입에 더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다음 WTO 농업협상에서는 관세장벽과 보조금을 무기로 국내 농업을 보호할 장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민간 부문 대표적 농업·농촌 연구소 GS&J는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의 가격변동대응직접지불제'(CCP) 방식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정환 GS&J연구소 이사장은 27일 "미국의 가격변동대응 직접지불제 방식에 따른 농가지원은 품목을 특정하지 않은 최소한의 허용 보조가 돼 농업 총생산액의 10%까지는 감축대상보조금 한도(AMS)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품목 불특정 최소허용 보조(non-commodity specific de minimis)가 되면 국내 농업생산액의 10% 수준인 4조~5조원 규모의 직불금을 운영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쌀직불금 등과 같은 감축대상 보조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감축대상보조금 한도는 1조4900억원 규모로 쌀값 등이 폭락해도 이 한도를 넘어서 직불금을 지불할 수는 없다.

또 쌀에 편중된 직불금으로 인해 다른 밭작물의 가격이 동시 다발로 폭락해도 이를 운영하기 어려운데,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가격변동에 대한 위험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정해두고, 이를 위한 제도를 계속 수정 발전시키고 있다.

1930년대부터 정부(엄밀하게는 의회)가 품목별로 정한 가격을 보장하고 있다. 1973년 지지가격 수준은 낮추는 대신 정부가 목표가격을 정하고 시장가격이 이보다 낮으면 그 차액을 보전해 주는 부족분지불제도(Deficiency Payment)를 도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쌀소득보전직불처럼 당해 년도에 해당 농산물을 재배한 면적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한 결과 시장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과잉생산이 지속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85년부터 휴경을 포함해 당해 년도 재배작물과 관계없이 기준연도 재배규모에 따라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가격변동대응직불은 당해 년도가 아닌 기준연도를 기준으로 하고, 목표가격(target price)이 아닌 기준가격(reference price)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게 한국의 쌀변동직불제와 다르다.

연구소는 한국도 WTO 농업개도국 졸업 선언을 계기로 선진국형 가격리스크 완충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요 농산물별 최근 평균가격을 기준가격(reference price)으로 설정하고, 기준가격과 시장가격과의 차액 85% 내외를 농가에 직접 보전하는 방식이다. 기준가격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설정한다.

이는 당해 년도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생산 비연계 방식'으로 특정작물의 과잉생산 유발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 제도를 농업의 환경·생태·경관 등 공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익형직불제와 함께 운영하면 상호 상승효과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이사장은 "국제무역기구에서도 이런 생산 비연계 방식을 장려하고 있고,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에서도 이런 방식의 직불제도를 감축대상국내보조(AMS)와 별도로 허용 한도를 설정한다는 데에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며 "선진국에서 이미 수십 년간 실행하며 개선한 경험을 살펴보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