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종규 해줌 기술이사

"제조·대기업 중심의 RE100 정책은 한계"

2020-08-28 11:13:28 게재

통신·소비재·금융 등이 수용성 높아

업종별 선호 조달 방식 다른 건 당연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기업 혹은 개인들 간에 재생에너지 수용성은 제각각이죠. 우리나라가 RE100(Renewable Energy 100%)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제조업과 대기업 중심의 제도 설계로는 힘들다고 봅니다."

27일 서울 송파구 해줌 본사에서 만난 김종규(37) 기술이사의 말이다. RE100이란 기업 등 전기 소비 주체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구글 애플 소니 BMW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퉈 참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185곳(2019년 7월 기준)이 RE100에 참여하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그 수가 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분석 결과(Corporate Sourcing of Renewables: Market and Industry Trends, 2018)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수용성은 통신이나 소비재, 금융회사일수록 높은 반면 공업, 제조업 등이 낮아요. B2C 비즈니스 분야와 상품 원가에서 전기요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이 더 쉽게 에너지전환을 할 수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RE100 시범사업 등 관련 정책들을 준비하면서 대기업이나 제조업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첫단추부터 잘못 꿴 셈이죠."

김 이사는 "RE100 참여 의사가 강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할 수가 없다"며 "에너지 공급자이면서 수요자인 우리 회사도 접근하기가 어려운데 다른 회사라고 쉬울까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해줌은 2012년 출발, 태양광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해 일반인이 쉽게 태양광 관련 정보를 접하고 사업 내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차원 햇빛지도' 개발을 제안해 '2018 UN협회세계연맹-서울시 공동 주관의 도시혁신챌린지'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독일 베를린에 유럽법인을 설립해 발전량 예측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유럽 최대 가상발전소 운영사 넥스트크라프트베르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업종에 따라 선호하는 재생에너지 조달방식이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다양한 방식이 고려되어야 다수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죠. 정부가 RE100을 확대할 의지가 있다면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합니다."

김 이사는 "RE100 실현을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계획 중"이라며 부푼 꿈을 내비췄다. RE100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자체 발전소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가 생성되면 이를 유효기간이 지날 때까지 보유하고 있다가 소멸시킬 겁니다. 이렇게 하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는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REC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가 없기(RPS공급의무사만 살 수 있음) 때문에 이러한 방식을 택하는 게 저희로서는 최선인 상황입니다. 애플이나 구글 등 주요 IT기업들도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그곳은 제3자 거래가 되기 때문에 REC를 구매하고 소각(소멸)한다는 점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RE100 기업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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