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바꿨지만 … '방배동 모자' 보호 못해

2021-02-04 11:14:03 게재

부양의무제 폐지, 주거급여수급자 제외

청장년 최대 6개월 지원, 나이제한 여전

정부와 서울시가 방배동 모자 사건을 계기로 부양의무제 폐지 등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정작 방배동 모자 사례는 보호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보다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시와 빈곤연대 등 복지 관련 시민단체에 따르면 최근 개선된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로는 방배동 모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해당 사건에서 드러난 제도의 문제는 부양의무제에 따른 혜택 제한이었다. 부양의무제는 부양능력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근로·경제능력이 없어도 복지혜택을 일부만 제공받는 제도다.

지난 연말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공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이때문에 정부와 서울시는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부양의무제 폐지에 나섰다. 서울시는 당초 연령대를 단계적으로 낮춰가며 부양의무제를 없애려고 했지만 올해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도 2022년부터 부양의무제를 폐지해 사각지대 완화에 나선다.

하지만 이런 제도 개선 취지에도 불구하고 방배동 모자 사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우선 서울시 조례가 발목을 잡는다. 서울시 저소득주민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부양의무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수급자는 생계·의료·주거 급여 중 하나만 받아도 서울형기초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 복지제도와 서울형 복지제도의 중복 혜택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라고 하지만 한계 상황에 처한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겐 최소한의 생계지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두번째 문제는 연령 기준이다. 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한다고 했지만 최저 기준 65세는 여전이 남아있다. 33살 발달장애인 아들과 함께 살았던 방배동 어머니는 61세였다.

이에 대해 복지제도 개선이 현장 상황을 보다 충실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영 빈곤연대사무국장은 "현행 복지제도는 한명이라도 더 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어떻게 떨어뜨릴까를 기준에 두고 설계된 측면이 있다"며 "탁상 위 기준이 아닌 사람이 처한 상태를 중심에 둔다면 정부와 서울시 지원이 중복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복잡한 복지제도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국장은 "제도가 너무 복잡하다보니 본인이 대상에서 탈락해도 이유를 알 수 없고 따질 방법도 없다"며 "이의제기를 하면 악성민원인으로 취급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제도 개선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가 주거급여에서만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면서 서울형기초보장제 혜택을 받던 이들이 국가보장제 대상으로 넘어갔고 이 과정에서 기존 혜택이 사라지기도 한다. 정부보장제 대상으로 넘어가면 다시 부양의무제 기준이 적용돼 주거급여와 기타 급여 등을 이중으로 받을 수가 없게 된다.

이 같은 문제들이 중첩되면서 서울형기초보장제 혜택을 받는 사람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2012년 제도 도입 당시 2018년까지 19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지만 2020년 12월 기준 4168가구, 5452명에 머무르고 있고 부양의무자 폐지에 따른 신규 수급자 수 증가 규모도 2300명 선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는 "정부 복지기준 완화에 따라 서울형 기초보장 수급자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올해 안에 서울형기초보장제 개선방안 연구에 나서는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형기초보장제도는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가 포용하지 못하는 수급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부 복지제도에서 제외되거나 주거급여를 받고 있는 경우에도 생계급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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