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미세먼지

조리시설 등 '생물성 연소' 정확한 통계 보완 필요

2024-01-15 14:55:09 게재

윤정부 국정과제 초미세먼지 저감 목표 달성 안갯속 … 결국 문제는 집행력, 저감 방지시설 지원 전용 예산 '0'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초미세먼지(PM2.5) 전국 연평균 농도는 개선되는 추세지만 국민들 기대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게다가 연평균 환경기준이 강화되는 등 2027년 대기질 개선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4일 임영욱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연구부교수)은 "미세먼지 발생원은 굉장히 다양하다"며 "생물성 연소 오염물질의 경우 발생원은 물론 발생량이 얼마나 되고 주변으로 얼마나 확산되는지 정확한 통계나 연구 결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강조하는 건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초미세먼지 '나쁨'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0일 서울 종로구 일대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생물성 연소는 △고기 및 생선구이 △노천소각 △농업잔재물 소각 △목재난로 및 보일러 △아궁이 △숯가마에서 대기로 배출되는 오염물질 등이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는 공식적으로 2015년부터 고기구이 숯가마 등 생물성 연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있지만 대형음식점이나 급식소 등 조리시설은 포함하지 않는다.

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로 초미세먼지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위권으로 도약(2021년 18㎍/㎥→ 2027년 13㎍/㎥)하는 걸 내세운 바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PM2.5 장기 노출 초과 사망자는 2019년 2만3053명이다. 건강 영향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농도를 2㎍/㎥로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농도 노출에 기인하는 각 원인별 사망자의 분율을 계산한 뒤 통계청 사망 통계의 일별 사망자 수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생물성 연소 등 배출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실태 파악이 돼야 제대로 된 정책 효과 = 미세먼지 배출원은 굉장히 다양하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제조업 연소 △비산먼지 △비도로 이동 등이다. 특히 제조업 연소의 석탄 등 사용량에 따라 증감 변화가 크다. 2027년 초미세먼지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들 배출원 관리는 물론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부분까지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생물성 연소다.

임 부소장은 "우리 생활권역 안에서 생물성 연소 오염물질이 발생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발생량이나 발생정도가 강한 생활 속 노출 영향을 줄이기 위해 실질적인 행동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의 '요리매연의 효과적 관리를 위한 정책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 해외 연구 결과 요리매연 관련 시설의 배출로 인해 초미세먼지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역시 2017년 대비 2021년 서울시 고기구이 부문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약 12% 증가한 걸로 파악됐다. 가정용 고기구이를 반영할 경우 배출량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이 보고서에서는 "국내 배출목록(생물성 연소의 고기 및 생선구이)은 육류 소비량의 지방자치단체 내의 공간적 균등할당 및 음식점 종사자를 기준으로 배출량을 추정하고 있으나 음식점 업소의 실제 위치 및 매출액 기준에 의한 배출량 산정이 더 현실적이므로 배출 강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음식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리매연은 대기질은 물론 실내공기질 관리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요리매연은 △방향족 탄화수소(PAHs)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미세먼지 등 다양한 발암물질 및 유해성분을 포함한다. 광범위하게 건강 및 환경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실내 체류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조리시설 노동자나 여성 어린이 노인 등 민감 취약계층이 고위험군에 해당할 수 있다.

9일 환경부 관계자는 "제대로 된 배출 실태 조사를 위해서 집단 급식소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도 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에서 관련 배출계수 등 연구와 기초 조사를 한 뒤 이르면 2025년부터 배출량을 산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해결책 알아도 매번 난관에 부딪혀 = 사실 생물성 연소 문제에 대한 고민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6년 6월 3일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이 확정 발표됐다. 이 대책에는 고기구이 등 생활주변 미세먼지 관리를 위해 2020년까지 총 510개소에 미세먼지 저감시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환경부는 2018년 12월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제2차 악취방지종합시책(2019~2028년)'을 발표하면서 직화구이 음식점 악취저감시설 설치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해당 정책을 발표하면서 "음식점 민원은 악취뿐만 아니라 생물성 연소에 따른 미세먼지 발생이 함께 우려된다"며 "단순히 악취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동시에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음식점 등은 저감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부담은 물론 유지·관리 문제 등으로 꺼려 할 수밖에 없다. 공간적으로 저감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행여 폐업할 경우 설치 투자비를 어떻게 회수할 수 있을지 등 고민해야 할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관련 설비의 연구개발도 필요하다. '요리매연의 효과적 관리를 위한 정책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집진장치 △여과집진장치 △활성탄 흡착시설 등과 같은 저감시설은 요리매연 저감을 위해 특성화된(또는 이를 위해 개발이 이루어진) 기술로 보기는 어렵다. 종전 산업시설 발전소 소각시설 등과 같은 대기오염물질 및 악취물질 배출시설의 저감 시설로 설치·운영되어 온 만큼 경제성 및 안정성 확보 등을 위한 연구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생물성 연소 분야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고민은 꽤 오래전부터 그리고 다양하게 이뤄져왔다. 그리고 문제점이나 원인, 대책도 다 아는 상황이다. 결국 문제는 집행력이다. 하지만 관련 예산은 전무한 상황이다.

9일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세먼지 저감 방지 시설 지원 시범 사업을 김해시와 남양주시 등 3군데에서 실시 중"이라며 "산업시설처럼 음식점 등을 무조건 규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자발적인 유도가 필요하지만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신 기술들을 적용해서 유지·관리가 쉽게 하는 등 우수 사례를 많이 만들어내 확산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신규 사업 예산 확보가 쉽지는 않아 다른 예산을 활용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2025년에는 전용 예산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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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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