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일본 TSMC 건설현장에서 생긴 궁금증

2023-06-14 11:18:09 게재
최근 일본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대만 반도체 회사 TSMC 공장 건설현장을 다녀왔다. 일본 반도체산업 부활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장소다.

TSMC 공장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것이 이 공장이 건설되는 구마모토현이다. 구마모토현은 도쿄 등 수도권과는 거리가 먼 규슈섬의 작은 현이다.

왜 일본은 도쿄 등 수도권이 아니라 구석진 시골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것일까. 규슈섬이 대만과 가까워서일까. 너무나 단순한 추측이다. 어차피 비행기로 이동하면 수도권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은데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대부분이 일본 국내용으로 알려졌다. 그럼 건설비용이 싸서 이곳으로 온 것일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넓은 토지가 있고 물과 전력도 풍부하다. 반도체 관련 일부 소재·부품·장비 등 업체가 집적돼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일본 상공노동부 관계자 설명이다.

일본 현지 관계자의 설명을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국내 상황이 떠올랐다. 수도권은 땅이 없다고 난리다.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업용수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력은 대부분 비수도권에서 생산해 송전탑을 통해 수도권으로 공급된다. 땅이 좁고 물도 전력도 부족한 곳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반도체 공장 건설 조건이 정반대인 셈이다. 소부장 기업도 이미 비수도권 곳곳에 위치해 있다.

일부 사람들은 우수한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선 수도권에 공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번엔 수도권에 반도체 공장이 있으니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학과를 허용하고 증원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방대학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구마모토현 역시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50% 이상이 구마모토를 떠난다고 한다.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TSMC 공장 건설을 시작하며 구마모토 지역 대학들에 반도체학과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역시 우리와 정반대 과정이다. 어떤 논리가 올바른 주장일까.

일본은 우리보다 10년 빠른 2010년쯤부터 인구가 감소했다. 감소폭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지방의 인구감소는 더욱 가파르다. 우리가 인구문제와 지방소멸 문제에 있어 일본을 반면교사와 모델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오는 7월 첨단산업특화단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수도권에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며 추가된 '당근'이다. 그마저도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여전히 수도권에 유리한 소식뿐이다. 일본을 반면교사와 모델로 삼자는 주장은 헛된 구호로 끝날 것인가.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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