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단말기유통법' 폐지가 능사 아니다

2023-06-15 11:11:09 게재
대한민국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법이 있다. 바로 2014년 10월 도입한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말기유통법)이다.

이 법은 당시 판매점이나 구입시기, 방법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 단말기 구입 보조금 때문에 발생하는 소비자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보불균형을 해소해 남녀노소 누구나 공평하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으로 혼탁해진 유통시장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 법에 따라 신규 단말기 구입 때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을 일주일 단위로 공지하도록 했고, 개별 판매점 추가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했다. 또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가 통신요금의 25%를 할인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제도(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를 도입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과 이동통신유통협회 등에서 단말기유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말기유통법으로 통신3사의 배만 불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14일 성명을 통해 "가계통신비 상승 주범인 단통법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단말기유통법이 이동통신 이용자의 편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폐지를 하면 이용자 혜택이 늘어날지는 살펴봐야 한다.

이통사 영업이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법 시행 후 오히려 줄었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단말기유통법 시행 전 2조원 이상(2010년 2조2770억원, 2013년 2조110억원 등)을 기록하던 연간 영업이익이 법 시행 이후 1조원대(2015년 1조7060억원, 2020년 1조3493억원, 2022년 1조6120억원 등)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에 미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단말기유통법 효과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 법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단말기유통법 폐지는 이동통신 유통점을 위한 방안은 될 수 있어도 이용자를 위한 방안은 아닌 것이다.

현재는 단말기유통법 폐지에 힘을 쏟을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살펴 정책을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몇 년 간 통신시장 변화를 주목하면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있다. 우선 올해 가입자 1300만명을 돌파한 알뜰폰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전체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7809만5212회선 가운데 알뜰폰은 1363만3057회선으로 17.4%를 차지했다. 두번째는 자급제폰 확대다. 통신비는 통신요금과 단말기 구입비가 더해진 것이기 때문에 저렴한 단말이 많이 나올수록 통신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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