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브릭스 정상회의에 쏠리는 눈

2023-06-20 11:55:59 게재

지난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을 희망한다는 외신보도가 화제였다. 프랑스 언론 '로피니옹'은 마크롱 대통령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다가올 브릭스 정상회담 초청을 요청했다고 엘리제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엘리제궁과 남아공 대통령실이 관련 사실을 부인하며 사태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브릭스 정상회담에 더 큰 관심이 쏠리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서구 헤게모니 벗어난 '브릭스 플러스' 탄생하나

8월 22일 남아공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회원확대와 자체통화 두가지다. 브릭스 5개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은 가입을 신청한 8개국(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인도네시아 이집트 아르헨티나 알제리 바레인)과 가입 의향을 밝힌 17개국(튀르키예 태국 멕시코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벨로루시 니카라과 세네갈 수단 시리아 튀니지 우루과이 짐바브웨)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브릭스는 신흥국 협력 플랫폼을 자처하고 있어 '브릭스 플러스'에 광범위한 가입이 예상된다.

브릭스 인구는 약 32억명으로 전세계의 40%를 차지한다. 총 GDP는 2022년 26조3000억달러로 세계 GDP의 25%에 달한다. 구매력 평가기준에 따르면 브릭스 GDP는 세계의 31.5%로 G7의 30.8%를 넘어섰다.

'브릭스 플러스' 탄생은 새로운 다극 체제의 등장을 의미한다. 그동안 어느 나라든 서구의 제재를 당하면 경제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으나 대안이 생긴 것이다. 러시아가 산 증거다. 러시아는 외환보유고 절반가량인 3000억달러가 동결되고 10차례에 걸쳐 서방의 각종 제재를 당했지만 인도 중국 등에 원유판매 등 교역을 통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1월 올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3.3%로 예상했으나, 6월에는 3.1%p 올린 -0.2%로 수정했다. 러시아는 플러스 성장을 자신한다.

정상회담에서 윤곽이 드러날 브릭스 플러스 통화 계획은 탈달러화 흐름과 맞물려 초미의 관심이다. 이제까지 알려진 바를 종합하면 브릭스 통화는 △금본위제 도입 △무역통화 △디지털 통화의 성격을 갖는다. 러시아 싱크탱크 발다이클럽은 2018년 브릭스 통화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형태의 통화바스켓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새 통화의 명칭은 브릭스 5개국 통화의 첫글자(브라질 레알화, 러시아 루블화, 인도 루피화, 중국 런민비, 남아공 랜드화)가 모두 R인 점에 착안해 'R5'로 제안했다. 2014년 브릭스가 설립한 국제금융기구인 신개발은행(NDB)는 상호 지불의 청산소(거래소) 역할을 할 전망이다.

월가에서 40년 일한 투자은행가이자 미 CIA와 국방부 고문을 지낸 제임스 리카즈는 브릭스 통화가 1944년 브레튼우즈회의에서 케인즈가 제안한 '방코르'라는 세계 통화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축통화를 지불통화와 준비통화로 나눈 뒤 "상품거래에 사용되는 지불통화는 국가가 원하는 통화로 거래하면 돼 달러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고 잘 발달된 국채시장 없이는 준비통화가 될 수 없어, 브릭스 통화가 이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공적 역할 저버린 기축통화, 탈달러 열망 불러일으켜

기축통화인 달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브릭스 통화의 탄생을 앞두고 두가지 점에서 이전과 큰 차이가 있다. 2021년 코로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미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수조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그 결과 달러를 보유한 세계 각국은 통화가치 하락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고, 탈달러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2009년 비트코인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달러를 다른 나라 공격무기로 사용한데 따른 후과도 적지 않다. 러시아 외환자산 동결과 스위프트 축출을 지켜본 다른 많은 국가들은 미국과 충돌하면 다음 차례는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 옐런 재무장관도 지난 4월 "달러와 연계된 금융제재를 사용할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러의 헤게모니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시인했다. 기축통화국으로서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함에도 자국의 이익을 위한 통화정책을 펴온 미국이 부메랑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장병호 외교통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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