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의대정원 확대, 정부 결단의 문제다

2023-06-23 11:10:35 게재
"의대정원을 늘려라"는 사회적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의사협회와 협의만 고집하고 있다. 그러니 의대정원을 늘리더라도 '찔끔' 늘리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사부족 현상은 국민이 정상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서울에서도 응급환자가 거리에서 사망한 경우가 발생했다.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은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응급의료 상황에서 사망할 가능성이 수도권 주민보다 더 높다. 응급의료 담당 의사가 부족한 결과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만성질환 관리 필요성이 훨씬 높아졌다. 하지만 시군구 지역에서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해줄 일차의료 담당 의사는 태부족이다. 대도시에서도 안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정신건강학과 등 전문과의원은 많지만 일차의료 담당 의사는 적다.

일차의료 분야의 의사부족은 의료이용자의 의료쇼핑과 약물오남용 등 문제를 키운다. 식습관개선과 운동실천 등으로 입원을 줄일 수 있는 당뇨병 치료를 위해 수도권 병원을 방문하는 문제를 국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가 도입됐지만 참여할 의사가 부족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만성질환율과 사망률이 비장애인보다 높은 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진료할 수 있는 의사군이 필요하다. 정서적으로 불안·과민한 청소년 발달장애인을 코로나19 격리실에 혼자 있게 하는 의사는 불필요하다.

비수도권 지역 의사수는 절대 부족하다. 공공이나 민간병원할 것 없이 필요한 의사인력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 수도권에 6000병상 규모의 병원이 신설 중이다. 신규 의사인력 확보는 비수도권의 의사 이동으로 채워질 것이라 지역의 의사부족은 더 심화될 것이다. 의대정원 확대에 따라 늘어난 의사인력은 공공의대든 사립의대든 충분히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의사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보건의료 욕구를 적절히 채워 주기 위해 국가가 공급할 의무가 있는 필수인력이다. 이것을 시장에 맡기는 것은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국민 건강을 위해 일차의료와 응급의료 지방의료를 담당할 의사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지금 정원보다 6000∼2만7000명은 더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사인력을 충분히 확보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의료서비스의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의사인력을 확충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높은 지금, 정부의 결단이 시급하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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