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문제는 '정당'이다

2023-06-26 11:02:51 게재
언제부턴가 혁신위와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정치권의 유행이 돼 버렸다. 정당이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나타났다. 부패나 비리로 얼룩져 국면을 전환하려면 혁신위,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면 비대위다. 선거에 질 때마다 '책임론'이라는 이름 아래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대위가 구성된다. 선거에 이기려는 전술로 혁신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혁신위와 비대위를 만들 때 최대 관심은 '외부인사'다. 위원장뿐 아니라 위원들까지 포함해 '외부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느냐를 놓고 '성공 가능성'을 평가한다.

심지어 공천관리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도 '외부인사'를 모셔오기 바쁘다. 누군가의 이름 앞에 붙는 '외부인사'라는 게 혁신이나 비상대책의 해법이 되기도 하고 '공정한' 공천이나 '표심에 호소하는 강력한' 선거대책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당민주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거대 양당이 자꾸 '외부인사'를 찾거나 이들에게 자신들의 폐부를 맡기는 것은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수십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정당, 87체제 이후에는 서로 번갈아가며 집권까지 해온 거대양당에 '인물'이나 '자정능력'이 그렇게 없나 싶다. 권리당원이나 책임당원이 수백만명에 달한다고 자랑을 늘어놓더니 자신들의 운명을 당적도 없는 '외부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게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더 이상한 것은 이런 방식이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이다. 저들 하는 짓이 얼마나 보기 싫으면 그럴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최근 거대양당이 마치 대단한 결단인 양 내놓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역시 우리나라 정당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회 동의를 얻어야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있게 한 헌법의 취지는 행정부로부터 독립해 견제와 균형자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명령이다. 그런데도 검찰의 체포 요구가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한 것인지, 검찰 등 권력기관의 횡포인지를 정당에서 판단할 생각은 하지 않고 헌법에서 보장한 '불체포 권한'을 무작정 내려놓겠다는 것은 과도하게 무책임하고 편의적이다.

거대양당은 '당론'을 정해 국회의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데는 '강한 기율'을 활용하지만 정작 당의 불법 부정 편법엔 눈을 감아버린다. 상대편이나 유권자에게 상처를 주는 무례한 막말, 허위발언에 대해서도 방패막 역할을 하는 데 급급하다.

'적대적 공생'이 유일하다 싶은 생존방식인 두 거대양당은 커다란 몸집을 가졌지만 이를 지탱할 뼈는 약할 대로 약해진 '종이호랑이' 같다.

정당은 헌법과 법률인 당헌과 당규에 따라 추상같은 회초리를 들어야 스스로 지켜낼 수 있다. 언제까지 용병에게 정당의 생존을 맡기려는가.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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