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주가조작 엄벌' 말로 그쳐서는 안돼

2023-06-27 11:10:45 게재
주가조작 사태, 주식 리딩방 사기 등 불공정거래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주가조작 엄벌' 의사를 밝혔다. 이 총장은 "한번이라도 주가조작과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하면 '일벌백계'로 다스려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금융증권 범죄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강력한 처벌 의사를 천명했다.

그는 또 "시장에선 불공정거래 행위 형량이 낮고 처벌이 가벼워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있다"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부당이득 산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며 냉소까지 나왔다. 이 총장의 거래소 방문 이틀 전에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로 통과되지 않으면서 '주가조작 일벌백계'가 과연 가능할까 의심하는 불신의 시선이 더 많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범죄다. 최근 4년간 주식 불공정거래 사건의 재범 비율은 20%가 넘는다. 작전세력의 수법이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는데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 탓이 크다.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불공정거래 관련 고발·통보된 사건 중 불기소율은 55.8%나 됐다. 또 유죄가 입증된다 해도 2건 중 1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조작 엄벌'이 말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부당이득 환수'를 제대로 해야 한다. 주가조작과 같은 경제 불공정거래 등의 위법행위는 불법이익을 박탈하는 금전적 제재가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해 기소하고 범죄수익과 은닉재산을 환수해 다시는 주식시장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과징금 제도와 자본시장법상 부당이득 산정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불법이익 환수를 할 수 없다. '감옥에 가도, 벌금을 내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을 뿌리뽑지 못하면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주가조작 재발을 막으려면 부당이익 환수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도입이 필요하다.

또 한가지는 검찰의 공정하고 원칙적인 조사다. 현재 검찰의 주식관련 수사는 '선택적 수사' '편파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어떤 사람이 하면 주식투자인데 또 다른 사람이 하면 주가조작이 된다. 고무줄 잣대가 아닌 공정한 잣대가 필요하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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