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대구 시장-경찰청장 갈등의 승자는

2023-06-28 11:12:04 게재
지난 17일 토요일 아침 대구 중심가에서 공무원과 경찰의 공권력 간 충돌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성소수자들의 퀴어축제를 막는 대구시 공무원 350명과 축제를 보호할 경찰 1500명이 몸싸움을 벌인 것이다. 대구시는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행정대집행에 나섰고, 경찰은 '법원도 인정한 적법한 집회'라며 맞서다 발생한 사태였다.

양 기관의 갈등은 충돌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연일 대구경찰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였다. 경찰도 물러서지 않았다. 경찰은 홍 시장과 대구시 공무원들의 선거법 위반 관련 고발사건의 압수수색영장을 뒤늦게 꺼내 시민단체로부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사건의 수사를 급진전시켰다. 또 같은 날 오후 대구시에 공문을 보내 보조금 집행관련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예상대로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경찰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경찰이 아니고 깡패' '일제시대 순사'라는 원색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홍 시장은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의 독단적 일탈로 규정했다.

홍 시장이 흥분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평소 좌고우면하지 않은 돌파력과 추진력, 소통과 협의에 인색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 14년 동안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자기들만의 축제로 치러졌던 성소수자의 집회를 단숨에 정치쟁점화해 여론의 주목을 이끌어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존재감 인정이라는 정치적 성과와 달리 독단적 지도력이라는 그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구시정 책임자로 소통과 협의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미래의 국정 담당자로 적임자인지에 대한 물음표도 떠올리게 했다.

경찰도 오해를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집회 적법성에 대한 법리공방을 떠나 선거법 관련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과 보조금 자료 제출요구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주장하지만 대구시는 보복수사라고 반발할 수밖에 없다. 영장을 발부받아 놓고 7일이 지나 집행한 배경도 의문이고 또 같은날 보조금집행 자료를 달라는 요구는 누가 봐도 무리했다.

양 기관의 시시비비야 법으로 가려지겠지만 심각한 문제는 양 기관장의 싸움을 중재할 해결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권, 지역사회 등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두 기관장의 불필요한 소모전이 장기화되면 불황에서 혈세를 꼬박꼬박 내는 시민들만 피해자로 남게 된다. 체면과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쪽이 시민의 편이고 결과적으로 승자라는 것을 두 기관장은 알까.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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