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수사인력 부족한데 날마다 '특별단속'

2023-06-30 11:03:47 게재
요새 경찰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전세사기, 마약류, 건설현장 불법행위 등 잇단 특별단속 때문이다. 경찰이 전국단위로 진행하는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명'이 내려지자 시·도경찰청은 물론 전국의 일선경찰서에 잇달아 전담반이 꾸려졌다. 덕분에 경찰은 잇달아 사상 최대 검거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건설현장 불법행위의 경우 지난해 12월 8일부터 지난 25일까지 200일 동안 1484명을 붙잡아 검찰에 송치했다. 이 가운데 132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한발 더 나가 특별단속 50일 연장을 선언했다.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에서도 경찰은 올 3월부터 지난달까지 석달간의 집중단속을 통해 총 3670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909명을 구속했다. 검거와 구속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1%, 78.6%씩 늘어났다.

일부 논란이 있지만 법 테두리를 벗어난 일탈에 대해선 추상같은 공권력의 제재가 필요하다. 공권력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력충원 없이 기존 부서 인원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전담반을 꾸리다보니 일부 업무에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경찰청이 수사효율을 높이기 위해 내건 '특진'이란 달콤한 유혹은 수사력 편중을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한정된 경찰력의 상당 부분을 이른바 '하명수사'에 집중하다보니 일반 민생치안 업무가 소홀해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동시다발로 전담수사팀이 시도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 설치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는 45만623건이었다. 전년보다 7.4%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일상이 회복되면서 범죄발생 건수가 다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안팎에서는 올해 남은 기간 5대 범죄를 비롯해 치안수요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그런데 경찰에게 또 윤 대통령의 국고보조금 비리 수사 지침을 내려졌다. 즉시 경찰은 연말까지 일정으로 특별단속에 돌입했다. 물론 전담팀도 구성됐다. 국고보조금은 정부 재정사업이 확대되면서 2023년 기준 전체 예산 639조원 중 102조3000억원(5653개 사업)을 차지한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3년간 비영리단체에 지급한 국고보조금 중 1조1000억원을 점검한 결과 1865건(314억원)의 부정과 비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고접수를 기대하며 최대 1억원의 포상금까지 내걸고 있어 또다시 사상최대 검거실적이 예상된다.

물론 이와 같은 정권과 여론의 관심을 끄는 대형 사건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이 어두운 밤거리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민생치안의 중요성을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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