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자유정부의 '선택적 자유' 유감

2023-07-04 10:52:41 게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 1년 2개월 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다. 두달 전에도 취임 1주년 국무회의에서 문재인정부와 차별화된 정책변화를 강조했다. 지난 5년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반(反)시장적, 비(非)정상적이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의 해외나 국회 방문 연설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도 '자유와 시장'이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자유'란 단어가 몇 번 언급됐는지가 언론의 소재거리가 됐다.

하지만 최근 물가나 사교육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은 반시장적인 '관치의 부활'이다. 아니 관치를 넘어서 '검사의 별건수사'를 방불케 한다. 수사하다가 증거를 찾지 못하면 "당신 회사는(또는 당신 친인척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며 위압하는 특수부 검사식이다. "당신은 살려줄 테니 거물정치인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하라"고 압박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정부의 전방위 물가압박은 추경호 부총리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추 부총리가 한 언론에 출연해 "국제 밀가격이 50% 가까이 내렸는데 라면 가격도 내렸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다. 곧이어 한덕수 총리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여기까지는 그럴 만했다.

곧이어 재계 사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공정위의 담합조사는 통상 '담합 관계자의 신고 등 구체적 증거'가 있을 때 착수한다. 하지만 식품가격 담합과 관련한 신고나 명백한 증거는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라면업체를 포함한 제과·제빵업계까지 가격인하에 동참하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사교육계에는 더 강력한 압박이 들어갔다. 정부와 공정위는 물론 국세청까지 나섰다. 대통령실이 사교육 시장을 '이권 카르텔'로 규정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8일 메가스터디와 종로학원, 시대인재, 유웨이 등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대표적 수능 관련 사교육 업체들이다. 공정위도 사교육 시장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이러다 검찰까지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화과정을 거치며 이제는 사라지는가 했던 '관치와 표적조사(수사)'가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일부 시민단체는 '민주주의 체제의 후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물론 관치나 표적조사가 단기에 효과를 볼 수는 있다. 문제는 정권의 정체성과 국민여론이다. 윤 대통령 취임사처럼 '나라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이 '말 다르고 행동 다른 정부'라고 인식한다면 앞으로 어떤 정책이 유효할 수 있을까. 때 이른 더위가 더 덥게 느껴지는 하루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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