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런던협약 피해 IAEA 간 일본

2023-07-06 11:00:07 게재
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로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된 일본은 오염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앞세우고 있다. IAEA는 4일 해상방류가 문제없다는 내용의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물질을 걸러내고, 남은 삼중수소는 기준치 이하로 희석해 바다로 내보내겠다는 일본방식이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지 못하게 한 국제해사기구(IMO) 런던협약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 일본은 이 문제를 런던협약에서 다루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해양학자들의 심포지엄 '후쿠시마원전 방류수 확산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서 주목할 이야기가 나왔다. 강동진 한국해양학회장은 "IAEA의 후쿠시마원전 방류수에 대한 최종보고서는 방류수가 바다에 나오기 전까지였다. 방류수가 바다에 나온 이후가 궁금했는데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이기도 한 그는 IAEA 최종보고서에 대한 해양학자들의 견해를 묻는 질문에 "보고서에는 방류수가 바다에 나온 다음은 없었다. 그래서 바다에 나온 다음부터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토론한 해양방사능과 해양확산모델 전문가들은 강 회장 답변을 부정하거나 보충하지 않았다.

IAEA는 일본방식에 대해 "안전기준에 적합하다" "(사람과 환경에 대한 영향은) 거의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충분조건에 미달한 것으로 보인다. 해양학자들뿐 아니라 주요 이해당사국인 한국도 IAEA 보고서로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IAEA뿐만 아니라 폐기물 해양투기를 금지한 런던협약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전재우 해수부 기획조정실장은 4일 오염수 방류대응 정부 일일브리핑에서 "(런던협약) 총회가 10월쯤 개최되는데 해수부는 공식문서로서 이 부분을 총회에서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도 지난달 14일 임기택 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우리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변화, 기후변화 등 거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한 인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사회 운영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일본이 원전사고 후유증을 해소해 가는 과정도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충분조건을 지킬 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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