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들이 카르텔을 깰 수 있을까

2023-07-10 11:13:12 게재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는 여러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 중용에 거침이 없다. 정권의 투톱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재부 출신이다.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지난 6일 임명한 차관 6명 가운데 3명이 기재부 출신이다.

10년 전 막을 내린 이명박(MB)정부 출신 올드보이들이 줄줄이 중용되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김태효 이주호에 이어 유인촌과 방송통신위원장에 사실상 내정된 이동관까지 MB맨들이 윤석열정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이 중용하는 인사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검사와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것이다. 내각 실세 5인방으로 꼽히는 권영세 박민식 원희룡 이상민 한동훈 장관이 그렇다. 박 장관은 서울대 외교학과, 이 장관은 판사 출신이란 점만 다르다. 용산 대통령실 핵심 3인방 주진우 이시원 이원모 비서관도 검사·서울대 조합이다. 이원모 비서관만 연세대를 나왔다.

윤 대통령이 중용하는 인사의 특징인 △기재부 출신 관료 △MB정부 출신 △검사·서울대 법대를 아우르는 가장 큰 공통점은 상명하복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지시에 토 달지 않고 무조건 따르는 '아랫사람'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는 오랜 세월 검사로 지낸 윤 대통령이 과거 검찰청법에 명시됐던 '검사동일체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을 비교적 잘 아는 모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은 본인이 지시하면 일단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는 돌쇠형 참모를 편하게 생각한다. 본인의 판단을 보태는 신중한 참모를 꺼려한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서 임명장 받은 지 1년도 안돼 사실상 '퇴출'된 전직 참모들이 현직 시절 '직언'을 시도했다는 전언은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윤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인사권자 눈치보기 바쁜 돌쇠들이 성공하는 정부를 만들 수 있을까? 기재부 출신들이 대한민국 기득권의 상징인 '공직 카르텔'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MB정권을 실패로 이끈 MB맨들이 지금와서 성공한 윤석열정부를 만들 수 있을까? 검사 출신들이 대한민국 카르텔의 정점으로 꼽히는 '법조카르텔'을 척결할 수 있을까? 서울대 법대 출신이 대한민국 먹이사슬을 지배해온 '학벌카르텔'을 깰 수 있을까?

하긴 윤 대통령의 검사동일체 스타일을 잘아는 돌쇠들은 일단 "분부 따르겠습니다"를 외칠 것이다. 카르텔이 실제 깨질지는 먼 훗날 일이다. 청와대보다 폐쇄적이 되고 있다는 '용궁'에서 그들만의 '말의 성찬'이 이뤄지는 동안 임기 5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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