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보험가입시 민원건수 봐야할 이유

2023-07-11 10:53:21 게재
집 근처에 브런치 카페가 하나 있었다. 아담한 크기에 인테리어도 괜찮아 보이는 곳이었다. 샌드위치 같은 베이커리 종류도 많고 음료도 다양했다. 입소문이 났는지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풍경이 주는 느낌과 달리 카페 사장의 손님 응대는 놀라울 정도로 형편없었다. 사장 혼자서 주문부터 음식 조리, 서빙까지 하느라 그렇겠거니 이해한다고 해도 그 선을 넘는 불친절함이었다.

몇 달 뒤 그 카페는 문을 닫았다. 나중에 듣자하니 그 곳으로 채권추심인 같은 이들이 찾아오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제야 카페 사장의 이해할 수 없는 까칠함이 조금은 이해됐다. 경영난에 쫓겨 손님을 제대로 맞이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 5~6일 이틀에 걸쳐 '2019∼2022 생명보험 민원건수 분석'과 '2019∼2022 손해보험 민원건수 분석'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도 그 카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보험사별 민원건수 분석 결과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보험회사일수록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민원 문제는 회사의 경영철학뿐만 아니라 경영상태와도 맞닿아 있다. 보험 민원은 결국 보험료와 보험금, 즉 돈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보험 판매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은 설명이 불충분하거나 상품을 혼동되게 설명하는 '불완전판매' 때문이다. 불완전판매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영업을 무리하게 한다는 뜻이고, 회사가 무리한 영업을 용인하는 이유는 당장의 현금 흐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꾸준히 들어와야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문제가 되더라도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게 된다.

반대로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민원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금 지급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할수록 보험사는 이익을 더 남길 수 있고,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회사로서는 적자를 면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이 부족하면 지급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소비자들은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 해당 보험사의 민원건수가 어느 정도인지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 공시실-기타공시에 가면 각 보험사별 민원건수가 분기별로 게시돼 있다. 회사별로 발생한 민원건수와 함께 보유계약 대비 건수인 '환산민원건수'가 공시되는데 이를 보면 회사간 비교가 가능하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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