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한국에너지공대 흔들기 온당치 않다

2023-07-12 10:53:56 게재
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켄텍)이 개교 1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한국전력 적자 여파로 고강도 감사와 함께 출연금 축소 등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에너지 분야 초격차 기술과 고급 인력 확보라는 설립 취지마저 훼손될 처지에 놓였다.

켄텍에 대한 공격은 정권이 바뀌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8월 보수단체가 설립과정을 문제 삼아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감사원이 지난 3월부터 고강도 감사를 실시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여당 일부 의원과 보수언론은 켄텍을 한국전력 적자 원인으로 지목하고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여파로 한국전력 등에서 지원하는 출연금이 내년부터 30% 정도 축소될 예정이다.

켄텍 출연금은 정부와 한전 및 한전 자회사 출연금으로 나뉜다. 둘 다 2019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에 따라 집행된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켄텍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한 전남도와 나주시는 해마다 200억원을 출연한다. 이 기준에 맞춰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전기요금에 포함된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310억원을 출연했다.

한전 및 자회사 역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에 따라 2031년까지 모두 1조6000억원을 출연한다. 이 계획에 따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724억원, 올해 1588억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이 같은 규모를 고려하면 수십조원에 이르는 한전 적자 원인으로 켄텍을 지목하는 것 자체가 온당치 않다.

출연금은 한전공대 건축비와 사업비, 일부 운영비 등으로 사용된다. 지난해 개교했지만 현재 4층짜리 본관동 건물만 건립된 상태다. 출연금이 축소되면 연구동 건립 등이 차질을 빚게 된다. 켄텍은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국내외 학술발표 71건, 논문 게재 91건, 특허 6건 등의 실적을 냈다. 또 미국 MIT와 에너지 분야 교육·연구 협력, 독일 프라운호퍼 수소에너지 연구소를 개소했다.

켄텍을 흔드는 이들은 설립 취지를 되새겨 봤으면 싶다. 에너지 분야 국가 전략자산을 확보하고, 소멸위기에 놓인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설립 취지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또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보길 권한다. 켄텍은 지난해 수시에서 24대 1, 정시에서 95.3대 1 경쟁력을 기록했다. 올해도 수시 12.6대 1, 정시 60.3대 1이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학생들을 인재로 키우는 게 국가의 의무다.

물론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고 개선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한전 적자 원인을 내세워 이제 막 설립한 대학을 흔드는 것은 누가 봐도 타당치 않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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