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4대강 감사 잔혹사

2023-07-17 11:09:51 게재
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5번째 감사 결과를 이번주 중 내놓는다고 한다. 국민 세금이 23조원이나 들어간 대형국책사업이니 여러번 짚어본다고 꼭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4대강 감사는 정권에 따라 꼭 한번씩은 진행됐고, 항상 당시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놔 정치적 논란을 불렀다.

4대강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한 이명박정부 시절 두차례 이뤄진 감사 내용을 보자. 사업 절차만 제한적으로 들여다본 첫 감사에선 4대강 사업이 각종 법적 절차를 제대로 밟았다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실시된 두번째 감사에서 실제 수질관리 문제를 들여다봤고, 감사원은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을 앞에 둔 시점이라 감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도마에 올랐다. 새정권을 의식한 감사 결과 아니냐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 때도 각각 1번씩 감사가 이뤄졌다. 특히 문재인정부 때 시행된 감사는 그동안의 종합판이라고 할 정도였다. 2000쪽이 넘는 보고서에는 계획수립 절차, 수질관리 실태, 계약집행실태 등 사업추진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한 것은 물론 각종 외부기관에 용역을 줘서 성과분석까지 망라했다. 그렇게 나온 감사결과는 한마디로 '성과 부족'이었다. 4대강 사업은 이·치수 효과, 수질 관리, 경제성 등에서 극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까지 4대강 사업을 뜯어봤는데 이번엔 뭘 또 들여다 본다는 걸까. 윤석열정부 들어 발표될 5차 감사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문재인정부 때 결정된 보 해체 결정이 제대로 진행됐느냐에 대한 감사다.

결과보고서가 공개되기 전이지만 감사원이 김은경 당시 환경부장관이 보 해체 결정 등을 한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구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5차 감사 결과가 전 정부 정책 결정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이유다.

"감사 때마다 정권 입맞추기식 결론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면 감사원은 "초점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곤 했다. 기존에는 이런 설명이 어느 정도 먹힌 모양이지만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을 하는 감사원 특성상 '정치감사' 논란은 필연이고, 그래서 새 정부 초반기가 지나면 어느 정도 논란이 잦아들곤 했다. 그런데 '유병호 사무총장 체제'의 감사원은 좀 달라 보인다. 늘 전 정부 때리기의 맨 앞자리에 서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독립성이나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역대 최고치를 찍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감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까.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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