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열 중 일곱이 모르는 부경 행정통합

2023-07-20 10:55:36 게재
69.4%. 부산시와 경남도가 지난해부터 수도권 일극주의 해소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 중인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들의 인지여부다. 행정통합에 대해 '알고 있다'거나 '지지한다'는 수치가 아니다. 두 광역지자체의 행정통합 시도에 대해 '추진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답변이다. 행정통합 추진을 '알고 있다'는 답변은 30.6%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에 박완수 경남지사는 "당황스럽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에둘러 "가장 어려운 협력에 따르는 당연한 난관"이라고 평가했다. 당연히 향후 행정통합 추동력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앞서 행정통합을 시도했던 타시도의 전철을 따를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는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사례와 대비돼서 더 그렇다.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논의과정에 대한 주민반응은 이번 부산경남 경우와 반대였다. 2021년 공론화위원회가 실시한 대구경북 주민들의 답변은 57.4%가 행정통합 논의에 대해 '알고 있다'고 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답한 비율 42.6%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럼에도 대구경북은 행정통합을 접었다.

광주전남 역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행정통합 추진 찬성비율이 절반을 넘었지만 중도 포기했다. 그만큼 행정통합의 과정이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부산과 경남의 두 단체장이 행정통합을 위해 그동안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형준 시장은 행정통합에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알다시피 부산은 엑스포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도시 전체가 엑스포 유치 홍보물로 도배되다시피 하지만 행정통합에 대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박완수 지사는 행정통합을 최초 제안해 놓고 틈만 나면 '주민 뜻'을 외친다. 그러니 특별연합 무산에 대한 면피용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도민은 바보가 아니다. 당연히 여론조사에는 이런 실망스러움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번 부산시와 경남도의 여론조사에서 행정통합 추진에 대한 반대는 45.6%로 찬성의견 35.6%보다 10%p 더 높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부산경남이 행정통합 불씨를 살려놨다는 점이다. 두 단체장이 포기하지 않고 추가 공론화를 통해 내년에 추진위 구성을 목표로 힘을 합치겠다고 했다. 더구나 두 단체장은 창원시 행정통합을 성공시킨 경험자들이다. 당시 박 시장은 청와대 정무수석, 박 지사는 창원시장이었다.

하지만 불씨를 살려놨다고 통합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수도권 일극주의를 넘어설 메가시티 탄생의 주역이 되길 기대하는 게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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