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민주당 혁신위의 한계와 활로

2023-07-24 10:53:36 게재
더불어민주당에 혁신위원회가 가동 중입니다.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외부 전문가를 주축으로 구성해 '김은경혁신위'라고 부릅니다. 민주당이 뭐가 아쉬워 혁신위를 띄웠을까요?.

지난 21일 발표한 1차 혁신안 서두에 잘 나와있습니다. △촛불민심의 기대로 지난 정부가 집권당이 됐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서민 삶을 위험에 빠뜨렸다 △검찰개혁 실패로 국가 구조개혁 과제 완수하지 못했다 △2022년 대선 패배 후 반성과 노력을 하지 않아 국민 신뢰를 얻지 못했다 등등.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코인 투자 논란 등이 겹치면서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습니다. 그렇게 출발한 김은경혁신위는 앞으로 △위선과 남탓에서 벗어나 책임지는 정당 △미래를 대비한 유능한 정당 △당 조직 혁신 쇄신안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내부적으로 국회의원들이 힘을 싣는데 주저합니다.

우선, 혁신위 역할에 대한 인식차이가 큽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정 여론이 늘어나도 민주당 지지율이 내려가고, 무당층이 늘어나는 상황이 민주당의 위기로 종종 거론됩니다. 이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친명계 등 강경파는 반윤석열정권 태도를 좀더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비명계 강경파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위가 '내편 들어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식입니다. 국민적 관점에서 민주당을 바꾸겠다는 혁신위 생각과는 거리가 한참입니다.

두번째, 혁신위는 신뢰회복이 시급하다고 하지만 의원들은 내년 4월 총선까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상대도 별로 호감이 가는 상태가 아니니 공천 받고 바닥 열심히 다지면 최소한 '지지는 않는다'는 인식이 다수입니다. '기본으로 가자'는 혁신위 제안이 무겁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도 아닌데 눈치 볼 일이 별로 없죠.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도 한달 만에 어거지로 통과시킨 게 단적인 예입니다. 무당층의 급증이나 진보층 유권자의 야당에 대한 결집도 약화 등을 위기의 시그널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겁니다.

다만 '당 조직 혁신방안'에서 다루겠다는 '공천 규칙' 논의는 관심을 좀 끌겁니다. 혁신위가 이를 영악(!)하게 활용한다면 지금까지의 무관심과는 다른 반응이 나오겠죠. 2016년 민주당 비대위를 이끌었던 김종인 박사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한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정치권이라는 게 자기네들 약점을 이용해야지 그렇지 않고는 일을 지속할 수가 없어요." 외부자를 강조하는 혁신위에게는 무리한 요구일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건투를 기원합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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